아마추어 골퍼는 골프장에 도착해서 티샷 하기 바쁘다. 그나마 시간이 남아도 연습그린에선 고작 5분 정도 퍼팅 연습을 한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6)는 어떻게 할까. 빼앗겼던 1위 자리를 뒤찾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달 27일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한 박인비는 2일(한국시각)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푸본 LPGA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3승째를 달성했다.
박인비는 우승 비결에 대해 퍼트를 꼽았다. 그는 "이번 대회내내 퍼트가 매우 좋았다. 하루에 3~4시간 정도를 그린에서 연습했던 것 같다. 자세를 조금 바꾸려고 시도했고 이번 주는 시작부터 퍼팅이 굉장히 잘 됐다. 그것이 키 포인트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최고의 주가를 올렸던 박인비의 최대 장점은 컴퓨터로 계산한 듯 한 퍼팅이었다. 컵까지 정확하게 굴러가 홀안으로 똑 떨어지는 퍼팅이 일품이었다. 지난해말부터 올해 초까지 짧은 슬럼프를 겪었던 이유도 바로 퍼팅이었다. 퍼터를 교체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선 예전에 사용하던 오디세이 세이버투스 퍼터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조용한 암살자'라는 별명이 있는 박인비는 라운드 도중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대회 마지막날 18번홀에서 파퍼트를 성공시킨 뒤 환한 미소를 짓는 등 얼구굴에 감정이 묻어났다. 1위 경쟁자인 스테이스 루이스(미국)를 의식했던 것이다.
박인비는 "마지막날 루이스와 함께 경기해 조금 힘들었지만 행운이기도 했다. 루이스와 마지막 날 함께 경기를 한 경험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루이스와는 1,2라운드에서 같이 경기를 했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느낌은 또 다르더라. 아마 최종 라운드에서 처음 같이 경기한 것 같다. 루이스가 날 이기고 있었다면 오늘 정말 힘든 경기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압박 속에서도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이 가능했고 그래서 자신감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루이스와 경기를 해서 감정 표현이 더 나왔던 것 같다. 정말 잘하고 싶었고 18번 홀이 끝나고 나서야 우승이 확실해졌다. 힘든 하루였고 다소 긴장도 했다. 오늘 스테이시 루이스가 경기를 정말 잘했고 좋은 경쟁을 했다. 스테이시 루이스는 정말 좋은 선수이자 좋은 경쟁자이다. 루이스와 더 많은 경기를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인비는 결혼 후 첫 우승을 거둬 의미를 더했다. 박인비는 "결혼하고 2주 후에 우승을 하게 됐다. 결혼 후 곧바로 3개 대회를 연속으로 출전해 너무 피곤하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기 전만큼 잘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남편이 정말 큰 도움을 줬다"고 남편 남기협 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박인비는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조절한 뒤 오는 13일부터 멕시코에서 열리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