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진에는 젊은 애들이 많더라."
'조련사' 김성근 감독의 한밭벌 입성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화 이글스는 28일 대전구장에서 '제10대 김성근 감독 취임식'을 열었다. 3년만에 프로 지휘봉을 잡은 그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카메라들 앞에서 취임 일성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김 감독은 선수단과의 상견례에서 "어깨를 펴고 날아오르기 위해 오늘부터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면서 "이제는 머리를 깎고 (운동장에)나와야 한다"며 선수들을 긴장시켰다. 김 감독은 정신 개조를 주문했고, 투철한 승부 의식을 심어놓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팀을 맡은 김 감독은 "다른 팀 감독을 맡았을 때보다 생각이 많고 부담도 된다"며 솔직한 심정도 드러냈다. 한화는 체질을 개선시키지 않고는 지금의 위치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난 30년간 프로 사령탑을 맡는 동안 그가 강조해 온 것은 투수력과 수비다. 이날도 "대전구장 외야가 넓어졌는데 올해 보니까 외야수들이 문제더라. 어디로 다니는지 원"이라며 쓴소리를 한 뒤 "한 점을 지킬 수 있는 야구, 끝까지 승부할 수 있는 팀이 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투수력 향상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다. 한화는 올시즌 팀 평균자책점 6.35로 9개팀중 최하위였다. 6점대 팀 평균자책점은 프로 원년인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6.23)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에도 한화는 5.31로 팀 평균자책점 9위였다. 최근 6년 동안 5번이나 5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오랜 기간 지속된 투수력 약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젊은 투수들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김 감독이 "투수중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많더라"고 말한 데에는 큰 의미가 있다.
대표적인 투수가 이태양이다. 이태양은 올해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올시즌 26차례 선발 등판 가운데 14번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올리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7~8월을 지나면서 난조를 보여 평균자책점이 5점대로 치솟았지만, 선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며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김 감독은 아직 이태양의 투구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임 감독이 이태양을 키운 것 아닌가. 이태양은 좋은 공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힘이 어떤가는 좀 봐야겠지만, 좋은 투수라고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태양에게도 혹독한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투수가 지녀야 할 기본 생각과 자세를 기초부터 확실하게 잡아놓아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철학이다.
유창식과 송창현도 주목받고 있다. 유창식의 경우 올해 4승4패, 평균자책점 4.14로 기록했지만, 팔꿈치와 어깨 등 잦은 부상 때문에 1군서 빠지는 일이 많았다. 송창현 역시 부상이 발목을 잡는 바람에 선발 등판이 17경기에 그쳤다. 두 선수는 최근 몇 년 동안 한화의 미래를 이끌어 갈 왼손 에이스 후보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좀처럼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유창식은 지난 2011년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부상과 체력적인 문제가 자주 등장했다. 뛰어난 구위를 뒷받침해줘야 할 제구력이 늘 부족했다. 대졸 2년차를 마친 송창현은 지난해 2승8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하며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부상 때문에 성장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들 역시 기본적인 자세와 체력에 관해 김 감독의 철저한 지도를 받을 후보들이다.
한화는 29일 일본 오키나와로 마무리 훈련을 떠났다. 팔꿈치 피로로 휴식을 취해 온 이태양은 31일 떠나며, 송창식과 유창식은 일본 요코하마서 검진을 받은 뒤 합류하기로 했다. 김 감독은 11월 7일 본격 합류해 독수리 조련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체력 훈련부터 '고난'의 연속을 견뎌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