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종사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 중 하나는 '결국엔 연애드라마로 끝난다'는 사실이다. 의학드라마는 의사들이 연애하고, 수사드라마는 경찰들이 연애하고, 법정드라마는 법조인이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장르드라마 안에서 캐릭터의 직업적 특수성을 리얼리티에 기반해 충실하게 구현해낸 작품이 많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MBC 새 월화극 '오만과 편견'은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에 법과 원칙, 사람과 사랑을 무기로 정의를 찾아가는 검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드라마는 앞선 여러 장르드라마의 전철을 밟게 될까, 아니면 시청자들의 편견을 딛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갈까.
23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오만과 편견'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 김진민 PD는 세간의 의구심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감히 말하겠다"고 자신만만해했다. 김 PD는 "사랑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사건을 통해 사랑이 꼬이고 풀어지고, 비극을 맞을 듯하다가 다시 누군가의 희생으로 사랑이 싹트는 과정이 반복된다"며 "이 모든 이야기를 사건과 검사들의 직업을 갖고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그렇지만 이현주 작가는 쓸데없는 장면이나 대사는 전혀 쓰지 않는 사람"이라며 "기우에 지나지 않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했다.
검사들의 이야기를 구상한 이유에 대해선 "우리나라는 기소독점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들이 최후의 보루가 되는 직업이 아닌가 한다"고 설명하며 "검사가 열심히 살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 같다. 그렇다고 거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지만 미시적인 것만 다루지도 않겠다"고 연출방향을 밝혔다.
최근 검찰에 대한 여론은 썩 좋지 않다. 여러 사건들에서 보여준 검찰의 권력 남용과 봐주기 수사에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군대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MBC '진짜 사나이'가 폐지여론에 휩싸였듯, '오만과 편견'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시청자들이 외면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김 PD는 "대검찰청에서 인터뷰를 많이 했다.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이야기들이 드라마에 다 나올 거다. 그렇다고 검사를 미화하지 않을 순 없다. 주인공이 검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감이 없다면 이 드라마를 안 만들었을 거다. 검사의 이미지가 아니라 직업 자체를 다루고 싶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 잘하는 검사, 뒤가 구린 검사, 게으르지만 머리 좋은 검사, 잘생긴 수사관, 경력이 많은 아버지 같은 수사관 등이 모두 나온다. 모든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 작가가 15번이나 수정한 적도 있다. 미화인지 아닌지 냉정하게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법 정의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다뤄지게 된다. 김 PD는 '공소시효 3개월 전에 검사가 됐다'는 헤드카피를 소개하며 "이 말 안에 우리 드라마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검사들밖에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건들이 벌어지고 해결되고 있는지 쉽게 쓴 드라마"라며 "세상을 바꾸겠다는 욕심은 없다. 다만 비밀이 하나씩 열리면서 결국엔 사람의 이야기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만과 편견'의 첫 방송은 27일. 최진혁, 백진희, 최민수, 손창민, 최우식 등이 출연한다. '개와 늑대의 시간', '무신' 등을 통해 탄탄한 연출력을 발휘했던 김진민 PD와 '학교 2013' 이현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