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운동 효과요? 1교시가 졸리지 않아요."
지난 17일 오전 7시30분, 서울 동숭동에 위치한 서울사대부설여중 운동장에선 소녀들의 청량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낙엽만 굴러도 꺄르르 웃는 나이, 아침운동을 위해 모인 소녀들의 표정은 생기발랄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하고 데상트스포츠재단과 학교체육 전문 솔루션 회사 위피크가 주관하는 아침운동 활성화 프로그램 '무브 스포츠(Move Sport)' 수업을 신청한 여학생들이다. 농구 코트 위에 사방 1m , 네모반듯 낯선 골 네트가 눈에 띄었다. 핸드볼을 변형해 만든 '추크볼'이다. 네트를 향해 힘차게 공을 던진다. 튕겨나온 볼을 상대가 잡지 못할 경우 득점으로 인정된다. 네트를 맞추더라도 상대가 리바운드 볼을 잡을 경우엔 득점이 인정되지 않는다. 노랑, 파랑조끼를 나눠 입은 각 10명의 소녀들이 휘슬과 함께 일제히 골네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초반 스코어는 팽팽했다. 1-1상황에서 노랑팀의 볼이 잇달아 네트를 강타했지만, 리바운드 볼을 파랑팀이 연속으로 잡아내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3-2 박빙의 승부, 소녀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볼을 주고받으며 맹렬하게 달렸다. 노랑팀의 결정력이 앞섰다. 노랑팀이 잇달아 득점하며 5대2로 승리했다. 즐겁게 땀을 흘린 소녀들은 승패를 떠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삼삼오오 교실로 돌아갔다.
서울사대부설여중은 여학생 체육의 모범적인 사례다. 10월 초엔 전교생이 참가하는 에어로빅 경연대회가 성황리에 치러졌다. 치어리딩은 서울시 스포츠클럽 대회 결선에 당당히 진출했다. 아침운동 참가열기도 높다. 보통 20~25명의 여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6개월째 일주일에 3번, 45분씩 함께 아침운동을 해오고 있다. 축구, 농구같은 기본종목뿐 아니라 고무줄 뛰기를 변형한 '점프밴드', 야구와 럭비를 섞어놓은 듯한 '킥런볼', 핸드볼을 변형한 '추크볼' 등 참신한 종목들은 인기가 높다. 아침운동에 빠지지 않고 참가해온 2학년 이지선양(14)은 "추크볼은 쉽고 간단하다. 공도 룰도 안전해서,누구나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침운동을 시작한 후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 "1교시가 졸리지 않다"고 즉답했다. "가벼운 운동으로 기분좋게 땀을 흘리고 나서 수업에 들어가면 집중도 훨씬 잘되고 하루종일 활력이 넘친다"고 설명했다. "선후배들과 함께 땀흘리며 격의없이 친해질 수 있는 점도 좋다. 여학교이기 때문에 남녀공학보다 여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같다"고 덧붙였다. "중3이 되는 내년에도 아침운동 프로그램을 신청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내년에도 꼭 할 거예요. 친구들한테도 같이 하자고 하려고요. 살빠진다고 하면 다들 할 걸요"라며 활짝 웃었다.
아침운동을 지도하는 신민석 서울사대부설여중 체육교사는 "아침을 운동으로 시작하면 학교생활 전반에 활력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운동량 증진 및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해 서울권역 50개 중학교에 보급중인 '무브스포츠'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무브스포츠 프로그램의 경우 기능보다는 게임처럼 재밌게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데상트스포츠재단의 지원에 대한 아이들의 만족도도 높다. 오늘 사용한 추크볼 네트 4개 중 2개는 학교에서, 2개는 재단으로부터 300만원 지원을 받아 구입한 것이다.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운동용 조끼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아이템"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학교체육의 화두인 여학생 체육 활성화에 대해 "여학생들의 체육은 남학생들의 체육과 차이가 있다. 잘하는 것보다 재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하고 못하고는 상관없다. 체육을 잘하는 아이들이 아닌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인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의 체육시간은 개인 기량을 뽐내기보다, 운동을 통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아침운동을 하고, 그룹을 만들다 보면 잘하는 아이들이 못하는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가르쳐주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기고 잘하는 것보다, 함께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