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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시장의 트렌드, 소통과 내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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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감독 시장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강한 리더십보다는 원활한 소통과 구단의 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 스타일의 지도자들이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가 새 사령탑을 각각 선임했다. SK는 김용희 육성총괄을 이만수 감독의 후임으로 낙점했다. 두산은 송일수 감독을 경질하고 김태형 SK 배터리 코치를 불러 지휘봉을 맡겼다.

김용희 신임감독은 2011년 SK 구단에 합류해 2군 감독과 육성총괄을 거쳤다. SK 구단의 인적 인프라와 소통 시스템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발탁의 배경이 됐다. 민경삼 단장은 "우리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 것은 시스템 운영을 잘 못했기 때문이다. 신임 감독은 2군 감독과 육성총괄을 맡으시면서 준비를 잘 해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신임감독은 1990년 두산에 입단해 22년 동안 선수와 코치로 활약한 베어스의 '적자(嫡子)'다. 지난 2011년말 SK로 둥지를 옮긴 뒤 3년만에 친정에 복귀한 셈이다. 4~5년 전부터 감독 후보군에 포함될 정도로 두산 프런트와 선수단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다. 포수 출신인데다 오랫동안 주장을 맡은 경험이 있어 선수들을 아우르고 하나로 모으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두 신임 감독 모두 강력한 리더십보다는 부드러운 소통이 기대되는 사령탑들이다. 프런트와의 유기적인 의사소통 및 선수들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SK는 지난 3년 동안 프런트와 감독, 선수단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썩 원활한 팀은 아니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을 놓고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다른 입장을 가진 적도 있었다.

두산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약점을 안고 있었다. 송일수 전 감독은 한국어가 유창하지 못한 까닭으로 통역을 대동하고 선수단을 이끌 수 밖에 없었다. 두산 프런트는 풍부한 경험과 승부사 기질을 믿고 그를 1군 사령탑에 앉혔지만, 지난 1년간 용병술과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김용희 감독은 선수 시절 큰 인기를 얻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지만, 이번에 SK 지휘봉을 잡게 된 이유와는 큰 상관이 없다. 오히려 1994~1998년과 2000년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지내고 오랫동안 방송 해설을 맡으면서 역량을 쌓아온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명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 역시 지도자로서 시스템을 이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 발탁의 배경이 됐다.

올시즌 선두 삼성을 꾸준히 위협해 온 넥센 히어로즈는 염경엽 감독 체제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넥센은 염 감독 첫 시즌인 지난해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올시즌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앞세워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성과를 거뒀다. 염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출신도 아니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스타일도 아니다. 의사소통과 시스템 야구를 강조하는 지도자다. 감독이 공석인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도 이같은 소통의 자질을 갖춘 지도자를 새 사령탑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런트와 선수단 사이에서 소통을 제1의 가치로 실천할 수 있는 사령탑을 원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름값보다는 차분히 내실을 기하며 준비를 해 온 인물들이 각광받고 있다는 의미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두산과 SK 뿐만 아니라 KIA 타이거즈도 선동열 감독과 재계약하면서 계약기간을 2년으로 했다는 점이다. 성적을 내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가 발생할 경우 계약기간의 부담을 덜고 사령탑 교체를 할 수 있도록 장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