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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슈틸리케호, 해답은 박주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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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부호는 34분이면 족했다.

박주영(29·알샤밥)이 사우디아라비아 데뷔전에서 득점포를 터뜨렸다. 박주영은 18일(한국시각) 사우디 리야드의 프린스 파이살 빈 파흐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알힐랄과의 2014~2015시즌 리그 7라운드에서 후반 46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박주영이 공식전에서 득점을 기록한 것은 지난 3월 6일 그리스와의 A매치 이후 7개월 만이다. 프로리그에서는 셀타비고 임대 시절이던 지난해 3월 16일 데포르티보전 이후 1년 7개월, 582일 만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골감각이 번뜩였다. 알힐랄 진영 오른쪽 측면 경합 과정에서 흘러나온 볼이 박주영을 향했다. 전방을 주시하는 박주영의 눈에는 아크 오른쪽에서 알힐랄 수비수 곽태휘(33)와 경합 중인 동료 나이프 하자지가 눈에 띄었다. 박주영은 곧바로 하자지에게 패스를 연결한 뒤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뛰어들어갔다. 하자지가 흘려준 볼 스피드 탓에 오른쪽 골라인에 치우친 불리한 각도였다. 그러나 박주영은 스피드에 붙은 탄력을 이용해 그대로 오른발슛을 연결했고, 슛은 알힐랄 골키퍼 압둘라 알수다이리의 왼쪽 겨드랑이와 골포스트 사이를 정확하게 갈랐다. 박주영은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벌린 채 사이드라인으로 달려가다 손가락을 치켜드는 새로운 세리머니로 사우디 무대 첫 골의 기쁨을 만끽했다. '리야드 더비'를 관전하기 위해 모여든 1만6721명의 관중들의 환호와 동료들의 축하가 잇따랐다.

박주영은 6월 23일 알제리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2대4패) 이후 공식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친정팀 FC서울의 훈련장인 구리챔피언스파크에서 몸을 만들며 몇 차례 연습경기에 나서 골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훈련과 실전의 감각 차이 탓에 알힐랄전은 몸을 푸는 단계로 여겨졌다. 최근 알샤밥 지휘봉을 잡은 독일 출신의 라인하르트 스텀프 감독 역시 "박주영이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만큼, 앞으로 (컨디션을 끌어 올려)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박주영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 넘는 득점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 회복이다. 브라질월드컵 부진으로 컸던 부담을 단숨에 털었다. 그간 국내서 절치부심하며 끌어올린 컨디션이 실전에서도 통한다는 점이 입증됐다. 동료들과 빠르게 융화되어 특유의 뒷공간 침투 능력을 살린 점도 향후 활약을 기대해 볼 만한 대목이다.

박주영의 득점 소식은 슈틸리케호에도 희소식이다. 10월 A매치 2연전에서 출범한 슈틸리케호는 개개인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공격 전술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원톱 활약에는 물음표가 달렸다. 시험대에 올랐던 이동국(35·전북)은 코스타리카전에서 골맛을 봤지만, 공격 템포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투혼의 금메달을 목에 건 김신욱(26·울산)은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을 접었다. 이청용(26·볼턴) 손흥민(22·레버쿠젠) 남태희(23·레퀴야) 등 2선 자원은 넘쳐났지만, 최전방을 맡길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첫 목표를 2015년 호주아시안컵으로 잡았다. 하지만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가리는 자리에서 공격수 부재는 치명타다. 요르단, 이란으로 이어지는 11월 중동 원정 A매치 2연전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은 박주영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