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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스나이더의 반전 스토리, 타자 '와일드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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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나쁜걸 본인이 모르더라구."

1989년에 나온 영화 '메이저리그'. 배우 찰리쉰이 리키 본이라는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그는 투수다. 강속구를 던지지만 제구가 안됐다. 시력이 문제였다는 것을 알고 뿔테 안경을 쓰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 때부터 스트라이크로 강속구를 꽂아넣는 투수가 되며 '와일드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계륵' 스나이더가 LG 트윈스 가을야구 반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을가. 그럴 가능성이 높다. LG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의 반전 스토리가 참 재밌다. 투수가 아닌 타자지만 '와일드씽'의 길을 걷고 있다.

스나이더는 올해 조쉬 벨의 대체 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출신으로 장타력과 수비력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부상, 변화구 적응 등의 문제로 정규시즌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37경기 출전, 타율 2할1푼 4홈런 17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그랬던 그가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안타를 몰아치는 깜짝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기존의 큰 스윙을 버리고 간결하게 갖다 맞히는 스윙으로 좋은 타격을 보여줬다.

스나이더의 변신에는 이유가 있었다. LG 양상문 감독은 1차전 경기 후 "스나이더가 잘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라고 말하며 "눈에 문제가 있었는데 그 문제를 해결했다"라고 말했다.

김무관 타격코치에게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김 코치는 "스나이더가 왜 안될까라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 이것저것 고쳐보려 노력하는데, 공을 잘 못보는 것 같더라. 그래서 눈 상태를 점검했다. 근시와 난시가 함께 있어 시력이 매우 안좋았다. 본인은 그걸 모르고 있더라. 그래서 당장 눈 검사를 받으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시력을 교정하는 렌즈를 맞췄는데, 그것도 처음에는 부작용이 있었다. 지난주 새롭게 맞춘 렌즈를 착용한 후 깜짝 놀랄 정도로 타격이 좋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스나이더는 지난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대타로 나와 극적인 장타를 때려내며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얻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출전했다. 렌즈 효과가 발휘되기 시작한 순간이다.

물론, 렌즈 착용 하나만으로 스나이더의 활약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관 매직' 효과도 있었다. 김 코치는 스나이더에게 장타 욕심을 버리고 짧게 끊어치는 스윙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실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보여준 스나이더의 스윙은 간결하고 힘이 있었다. 컨택트에 집중해 높이 뜨는 타구는 없었지만, 라인드라이브의 강한 타구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김 코치는 "눈도, 스윙도 많이 좋아졌다. 이 기세면 포스트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