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야구는 '분석의 전쟁'이다. 얼마나 세밀하게 상대방의 전력을 파악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2000년대 후반,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 와이번스가 절정의 위력을 낼 때 이러한 전력분석의 위용이 가장 잘 드러났다.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이런 전력 분석의 힘이 드러나고 있다. 1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가 13대4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사실 포스트시즌에서 이렇게 큰 점수차가 나는 일방적인 경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특히 두 팀이 전열을 거의 완벽하게 정비한 채 1차전은 대부분 팽팽하게 흐른다. LG의 '9점차 승리'는 역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중 두 번째로 많은 점수차 승리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가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5대0으로 이긴 게 역대 가장 큰 점수차 승리다.
그렇다면 LG가 이런 대승을 거둘 수 있던 요인은 과연 어디서 찾아야 할까. '포스트시즌 초보'인 NC 선수들의 지나친 긴장감이 우선적으로 거론되지만, 정작 LG의 대승을 만든 주요원인은 '전력 분석의 힘'에 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나선 LG는 NC를 완전히 읽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차전 NC 선발이었던 이재학을 완벽에 가깝게 공략한 점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LG 타선은 1회초 이재학을 두들겼다. 이재학은 결국 1이닝도 못채운 채 ⅔이닝 만에 4안타 1볼넷으로 5실점했다. 정성훈 이병규(7) 이진영 김용의가 이재학에게 안타를 뽑아냈다.
그런데 LG 타선이 이재학을 두들길 때 한 가지 공통점이 나타났다. 4개의 안타 중 3개를 2구 이내에 공략했다. 특히 선두타자 정성훈과 4번 이병규(7)는 각각 초구와 2구에 들어온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2루타를 날렸다. 정성훈은 몸쪽 직구를 잡아당겼고, 이병규(7)는 바깥쪽 직구를 밀어쳤다. 두 공의 궤적은 비슷했다. 이재학이 우타자의 몸쪽에 붙이는 직구. 이걸 노려친 것이다.
그런 후에는 공략 구종이 바뀌었다. 이재학의 직구가 얻어맞자 체인지업으로 승부구를 바꾼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진영이 초구 볼에 이어 2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을 가볍게 밀어쳤다. 김용의 역시 마찬가지. 3B1S에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온 체인지업을 밀어쳤다. 역시 중전안타였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LG 양상문 감독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전력분석 팀이 타자들에게 NC 투수 공략 포인트를 잘 설명했다. 타자들도 볼배합에 대한 분석을 믿고 자신감있게 쳐냈다." 결국 LG 전력분석팀이 NC 이재학-김태군 배터리의 특성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NC가 3위로 일찌감치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기 때문이다. NC는 미리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냈지만, 준플레이오프 상대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LG와 또 다른 '4강 후보'였던 SK를 동시에 분석해야 했다. 집중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반면 LG는 뒤늦게 4위를 확정지었지만, 전력 분석만큼은 철저히 할 수 있었다. LG가 NC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