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1패. 3골-3실점. 야심차게 닻을 올린 슈틸리케호 첫 출항의 성적표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신임 감독이 7일 소집 이후 14일까지 8일간의 짧은 여행을 마쳤다. 파라과이에는 2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찬사가 이어졌다. 코스타리카에는 1대3으로 패했다. 아쉬움이 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3위의 한국은 15위의 '강호'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실감했다. 결과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슈틸리케 감독의 '파격 실험'을 통해 얻은 소득에 주목해야 한다. 두 번의 A매치에서 보여준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 운용과 달라진 대표팀의 경기력은 브라질월드컵 참패를 경험한 한국 축구 변화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유연한 전술 운용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전과 코스타리카전에서 4-2-3-1 전형을 들고 나왔다. 2연전의 키워드는 '볼 소유'와 '짧은 패스'로 동일했다. 하지만 두 경기에서 보여준 전술과 조합은 다양했다. 파라과이전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은 제로톱을 가동했다. 조영철(카타르SC) 김민우(사간도스) 남태희(레퀴야) 이청용(볼턴) 등 활동량이 많고 움직임이 좋은 선수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포지션상으로 조영철이 4-2-3-1의 원톱에 자리했지만 경기 중 이들은 유기적으로 스위칭 플레이를 펼치며 파라과이의 수비진을 유린했다. 짧은 패스,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 잘라먹는 슈팅 등의 연계 플레이는 창의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이 만들어낸 제로톱 하모니였기에 더욱 신선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전 후반에 손흥민(레버쿠젠)을 투입, 공격력의 균형 대신 파괴력을 실험했다. 역습의 속도가 실험의 점검포인트였다. 이어 후반 15분 이후 이동국과 한교원(이상 전북)을 기용, 제공권과 측면 돌파를 이용한 '선 굵은 축구'를 점검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최전방 공격수 이동국, 좌우 윙어로 손흥민 이청용의 삼각 편대를 실험했다. 의도는 명확했다. 타깃형 공격수가 중앙 수비수들과 경합을 벌이면 2선 공격수들이 찬스를 만드는 4-2-3-1 공격의 전형이었다. 전반에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전문 수비수' 장현수(광저우 부리)를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해 수비에 무게를 뒀다. 후반에는 기성용을 섀도 공격수로 전진 배치해 득점을 노렸다. 세컨드볼에 집중하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중이 드러난 '기성용 시프트'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2경기 동안 4~5가지 전술과 선수 구성을 실험하며 한국 축구의 장단점을 재빠르게 파악했다. 비록 코스타리카의 강한 압박과 기술에 압도당해 패배를 기록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상대에 따라 플랜 A,B,C를 유연하게 운용하며 세계 축구의 흐름과 같은 방향을 지향했다.
▶자신감 회복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후 고개를 숙였던 태극전사들의 얼굴에 조금씩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코스타리카에 패했지만 강팀과의 일전을 통해 슈틸리케호의 '가능성'을 확인한 모습이다. 이청용은 "2번의 A매치를 통해 아시안컵으로 가는 과정에서 좋은 부분을 많이 느꼈다. 희망적이다"라고 했다. 2연전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 철학이 태극전사들에게 확실히 전달된 모습이다. "쉽게 볼을 내주지 말고 짧은 패스에 기반한 빌드업을 강조하셨다. 선수들이 잘 수행했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만족할만한 경기력이었다." 'Mr.쓴소리' 이청용의 자평이었다. 손흥민은 강팀 상대법에 대해 또 한번 배움을 얻었다. "괜히 강팀이 아니다.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확인했고 배워야 한다. 선수들이 강팀 상대법을 이제 알게 됐다. 해야할 훈련이 많다."
'캡틴' 기성용은 "코스타리카전에서 패했지만 좋은 공부를 했다. (아시안컵 이전까지) 이제 진짜 중요한 2경기가 남았다"며 11월 A매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승리 속에서 되찾은 자신감, 패배 속에서 얻은 깨달음. 10월 A매치 2연전에서 태극전사들이 얻은 소득도 명확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