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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전]슈틸리케 데뷔전, 황태자는 남태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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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황태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볼께요."

남태희(23·레퀴야)가 날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첫 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할때마다 거론되는 '황태자' 칭호는 남태희의 몫이었다. "어쩌면 기회가 나에게 올지도 모르겠다"고 한 남태희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완벽히 잡아냈다. 남태희는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1골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남태희는 슈틸리케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카타르 레퀴야에서 뛰고 있는 남태희는 슈틸리케 감독이 카타르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을때 두차례 격돌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 같은 동네에서 살기도 했다. 공원에서 산책하다 슈틸리케 감독의 부인과 함께 대화를 나눈적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남태희를 기억하고 있었다. 단순히 이웃사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카타르에서 거주했을때 외국인선수 집 근처에 있었다. 당시 남태희가 있었는데 어떻게 훈련하고 어떻게 규율이 잡혀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잘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남태희는 슈틸리케 감독이 첫번째로 나서는 10월 A매치 명단에 포함됐다. 그는 "감독님이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는다고 해서 소름이 돋았다"며 "나를 아시는 분이 감독님이 된만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달 A매치에서 부상으로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한만큼 이번에는 좋은 기회를 살려 계속해서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남태희는 슈틸리케 데뷔전에서 기회를 얻었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남태희는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쳤다.

특유의 통통 튀는 탄력넘치는 드리블로 컨디션을 과시한 남태희는 전반 32분 이 용이 땅돌로 내준 볼을 슬라이딩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팀의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39분에는 환상적인 돌파 후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43분에는 조영철에게 기가 막힌 로빙패스를 연결하기도 했다. 조영철은 파라과이의 골망을 갈랐지만, 아쉽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이 후 남태희는 한층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남태희는 후반 31분 팬들의 많은 박수 속에 이명주와 교체돼 나왔다. 그간 조커, 백업 멤버로 활약하던 남태희는 슈틸리케 감독 부임과 함께 대표팀 생활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천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