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를 찌른 실험이었다.
1m82 조영철(카타르SC)과 1m75 남태희(레퀴야), 두 '소총수'가 중앙 공격의 선봉이었다. 조영철이 원톱, 남태희가 섀도 스트라이커에 포진했다. 이동국(전북)과 손흥민(레버쿠젠)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좌우 측면에는 김민우(사간도스)와 이청용(볼턴)이 섰고,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과 한국영(카타르SC)이 포진했다. 포백라인에는 홍 철(수원) 김기희(전북) 곽태휘(알 힐랄) 이 용(울산), 골문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다.
첫 발을 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실험은 파격이었다. 하지만 절묘한 전반전이었다. 슈틸리케호가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전반을 2-0으로 마쳤다.
지난달 A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독일 출신의 슈틸리케 감독은 7일 파주NFC에서 첫 소집 훈련을 지휘했다. 그는 새로운 여행이 시작됐다고 했다. 팬들의 가슴에 와 닿는 축구, 이기는 경기를 해야한다고 했다. 2007년 8월 핌 베어벡 감독(네덜란드)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7년 만의 외국인 감독 시대, 출발은 상큼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A대표팀이 고수했던 4-2-3-1 시스템을 유지했다. 얼굴은 변신했다. 전반 초반 다소 느슨했다. 템포가 느린 흐름에 좀처럼 탈출구를 잡지 못했다. 구관이 명관이었다. 전반 10여분이 흐른 후 공격에 물꼬를 튼 주인공은 이청용이었다. 남태희 김민우 등과 함께 쉴새없이 포지션을 바꿔가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개인기도 압권이었다. 그가 지나 간 자리에 있는 수비수들은 애를 먹었다. 이청용이 중심을 잡자 남태희와 김민우도 빛나기 시작했다. 전반 27분 첫 골은 3명의 합작품이었다. 이청용이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남태희가 뒤로 흘렸고, 김민우가 해결했다.
골문을 연 태극전사들은 거침이 없었다. 6분 뒤에는 기가막힌 발재간으로 수비수를 따돌린 이청용이 쇄도하는 이 용에게 연결했다. 이 용의 크로스를 남태희가 문전 오른쪽에서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전반 44분 조영철의 골은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지만 남태희의 패스는 작품이었다.
수비라인의 경우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고, 기성용과 한국영도 공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제 후반 45분이 남았다. 천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