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안 좋다고 하더라구."
인천아시안게임 후유증일까.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후 대부분 부진을 겪고 있다. 대표팀을 지휘했던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은 "넥센도 그렇고, 두산도 그렇고, 대표팀에 갔던 선수들이 대부분 컨디션이 안좋은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아시안게임 이후 성적이 이전보다 떨어진 선수가 많다.
10월 1일에 정규시즌이 재개된 후 9일까지 성적을 보자. 대표팀의 1번 타자로 나섰던 두산 베어스 민병헌은 9일 한화전서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타율이 1할7리(28타수 3안타)까지 떨어졌고, 중심타자로 맹활약을 한 김현수는 1할8푼5리(27타수 안타)에 그쳤다. 넥센 히어로즈의 4번 타자 박병호는 21타수 2안타, 타율 9푼5리다. NC 다이노스 나성범은 왼쪽 무릎이 안 좋아 선발로 나오지 않고 있다. SK 와이번스 포수 이재원도 1할3푼3리로 주춤했다.
롯데 자이언츠 황재균(18타수 9안타·0.500)과 손아섭(15타수 6안타·0.400),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25타수 9안타·0.360)처럼 컨디션이 좋은 선수도 있지만, 대다수가 대회 이전보다 성적이 떨어졌다.
류 감독은 "나도 가끔 멍할 때가 있는데, 선수들이라고 안 그렇겠나"라고 했다. 그만큼 아시안게임에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소모가 컸다는 얘기다. 류 감독은 "대표선수로 뛰었고, 코치로 참가해봤지만, 감독으로 대표팀을 지휘하는 것은 또 다르더라. 한국시리즈보다 더 힘들었다"면서 스트레스가 상당히 컸음을 시사했다. 모든 정신과 체력을 집중해 큰 경기를 치른 뒤라 긴장이 풀리면서 소속팀에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을 이끌었던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누구는 쉽다고 할지 몰라도 대표팀에서 뛰는 것은 엄청난 기를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