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엘리트스포츠의 요람' 한국체육대학교(이하 한체대)의 총장 부재 사태가 다음달이면 20개월로 접어든다. 국립대 사상 초유의 총장 공석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체대는 지난해 3월12일 김종욱 전 총장 임기만료 이후 무려 19개월째 수장이 없는 '대행 체제'의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11월 첫 총장 공모에서 선출된 교수가 비리 의혹을 받으며 교육부 인준을 받지 못했다. 2013년 7월, 1순위로 선출된 두 번째 총장후보자 역시 사퇴했다. 한체대는 올해 2월 초에 세 번째 후보를 선정했지만 교육부가 총장 임용후보자 '재추천' 요구를 내렸다.
지난 7월28일 조현재 전 문화체육부 제1차관이 제6대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에서 최다득표로 당선되면서 문제해결의 서광이 비치는 듯했다. 조 전 차관은 총 투표수 47표 가운데 기권 1표를 제외하고 29표,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한체대 총장자리가 '3전4기'끝에 마침내 주인을 찾게 될 것으로 보였다. 교육부의 임명 제청을 거쳐, 대통령 재가 절차가 순조로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달 말 교육부는 조 당선자의 임명 제청을 거부했다. 문체부 출신 고위공무원이 국립대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과 관련, 소위 '관피아'에 대한 여론의 부담이 거부의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휘문고-연세대 행정학과-서울대 대학원 행정학과 출신의 조 전 차관은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31년4개월간 문체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문화관광부 체육국장, 문화체육관광부 기조실장 등을 두루 거치며 스포츠 현장과 정책에 해박한 체육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한체대 총장 초빙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7월 중순 문체부에 사표를 내고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조 전 차관의 당선에 대다수 한체대 교수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마지막 한계단, 교육부의 임명 제청이라는 '높은 벽'을 또다시 넘지 못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직후 엘리트 스포츠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엘리트 선수 교육과 정책의 중심에 서야할 한체대의 표류는 상징적이다. 또다시 희망없이 총장 부재로 인한 아노미 상태를 이어가게 됐다. 교육부의 잇단 임명 제청 거부와 관련, 대학가에서는 대학의 자율권과 의사결정권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립대 길들이기'라는 의혹의 시선도 팽배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요람'인 한체대가 2년 가까이 수장 없이 표류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스포츠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교육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최근 교육부의 잇단 국립대 총장 임명 제청 거부 건은 뜨거운 논란이 됐다.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총장 후보자 임명제청을 거부하는 행정처분을 하면서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행정절차법 위반 아니냐"고 질타했다. 행정절차법 제23조에 의하면 행정청은 (행정)처분시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박 의원은 "국립대 총장 임명은 국무회의의 필수심의사항으로 교육부 장관의 임명제청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교육부 장관이 연거푸 임명제청을 거부해 직무를 유기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