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계보'가 존재한다.
히딩크호에서 박지성(은퇴)이 꽃망울을 터트렸다면, 코엘류호에서는 설기현(인천), 본프레레호에서는 이동국(전북)이 감독으로부터 최고의 신임을 받았다. 아드보카트호에선 이 호(울산)와 조원희(오미야), 베어벡호에서는 조재진(은퇴)과 김진규(서울) 등이 전면에 섰다.
그리고 국내 감독시대가 다시 열렸다. 허정무호에서는 곽태휘(알 힐랄), 조광래호에서는 윤빛가람(제주), 최강희호에서는 이동국, 홍명보호에선 2012년 런던올림픽 세대가 '황태자' 그룹이었다.
7년 만의 외국인 감독 시대가 도래했다.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첫 발을 뗀다. 1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파라과이와 데뷔전을 치른다. 역시 첫 인상이 중요하다. '황태자 계보'도 꿈틀거리고 있다. 슈틸리케호에선 누가 그 자리에 설 지 관심이다.
밑그림은 있다. 지난달 5일 A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그는 8일 우루과이와 A매치(0대1 패)를 관전했다. 첫 손가락이 기성용(스완지시티)이다. 그는 공수에 걸쳐 완벽한 활약을 펼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전에 이어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코스타리카전 주장으로 기성용을 선임했다.
손흥민(레버쿠젠)도 특별한 인연을 기대하고 있다. 그의 시대가 열렸다. 브라질월드컵과 지난달 A매치를 통해 명실상부한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 등극했다. 우루과이전 후에는 슈틸리케 감독과 독일어로 소통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칭찬도 눈길을 끌었다. "월드컵 이후 모든 책임을 손흥민이 짊어지려 하는 것 같았다. 어린 나이지만 잘 뛴다. 그 리듬을 이어가라고 충고했다."
제3의 인물이 부상할 수도 있다. 남태희(레퀴야)가 눈길을 끈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 클럽 감독 시절 남태희의 옆 집에 살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카타르에서 거주했을때 외국인선수 집 근처에 있었다. 남태희가 있었는데 어떻게 훈련하고 어떻게 규율이 잡혀있는지 알았다. 그래서 한국에서 잘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남태희는 슈틸리케 1기에 발탁됐다. 그라운드에서 제 몫을 하면 충분히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 중앙수비수 김기희(전북)는 구면이다. 대구FC에서 카타르 알 사일리야로 임대되며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2개월 뒤 경질됐다. 그는 "이미 2년 전 일이다. 감독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부족한 게 많은데 이렇게 불러줘 감사하다"며 "그래도 2개월 있었으니 2년간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중동파 가운데 이명주(알아인)가 새로운 시대를 노리고 있고,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승대(포항) 장현수(광저우 부리) 김승규(울산) 박주호(마인츠) 등도 뜨는 별이다.
슈틸리케호가 출항한다. 분명 궁합이 맞는 선수는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