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파라과이전에서 중점적으로 지켜봐야할 곳은 전방이 아닌 후방이다.
당초 울리 슈틸리케 신임 A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29일 10월 A매치 2연전에 참가할 명단을 발표하며 첫번째 과제로 '골결정력 향상'을 얘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금까지 한국축구를 보면 볼 점유율은 좋다. 패스를 통해 골문 앞까지는 잘 간다. 문제는 마무리다. 골문 20m까지는 잘 접근하지만 마무리를 못했다. 지난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드러났다"며 "골 결정력을 끌어 올리는 게 첫 목표"라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꺼내들 해법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7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첫번째 훈련에서 그가 꺼내든 카드는 '수비조직력' 다지기였다. 컨디션 회복에 중점을 두면서도 수비수들을 따로 불러 특별 과외를 가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직접 놓은 콘의 위치에 맞춰 수비수들의 간격과 위치, 볼에 따른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지도했다. 수비수가 한명 전진했을 경우에는 나머지 세명이 간격을 좁혀 스리백에 가까운 움직임을 펼쳤다. 세트피스 수비도 중점 점검대상이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들을 직접 박스 안에 세우면서 중앙 공간 커버 뿐만 아니라 수비수들이 볼을 걷어내는 위치까지 일일이 지정했다.
훈련 두번째 날에도 슈틸리케 감독의 수비 과외는 계속 됐다. 이채로운 훈련이 진행됐다. 포백과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6명의 공격수를 상대했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6대6 미니게임이었다. 하지만 수비진 뒤에 3개의 골대가 놓였다. 자연스럽게 공격진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수비진은 막아야할 범위가 넓어져 열세에 놓였다. 박건하 코치는 "수비에 초점이 맞춰진 훈련이었다"며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이런 훈련 방법은 처음 봤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짧은 기간이지만 차이점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격 전술을 짜는 것보다 틀 안에서 조직력을 다질 수 있는 수비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짧은 기간에는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린 듯 하다. "FIFA랭킹을 올리겠다"고 강조한 만큼 지지 않는 축구를 위한 선택일수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색깔이 처음으로 들어간 수비진은 향후 슈틸리케 감독이 펼칠 축구를 가늠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듯 하다. 새로운 수비진은 파라과이전의 중요 체크포인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