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만 세우지 않을 것이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손흥민(레버쿠젠) 활용법이다. 손흥민은 이견이 없는 A대표팀 공격의 에이스다.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친 손흥민은 9월 A매치 2연전을 통해 한국축구의 중심임을 재확인시켰다. 부임 후 손흥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슈틸리케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에 관심이 모아진 이유다.
슈틸리케 감독은 일단 다양한 위치에 손흥민을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문제는 없다. 손흥민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손흥민은 스피드와 슈팅력을 앞세웠던 전형적인 7번 유형의 선수였다. 축구는 등번호로 포지션을 구분짓기도 한다. 9번은 전통적인 스타일의 스트라이커, 10번은 플레이메이커 혹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지칭한다. 과거 7번은 측면 미드필더를 의미했지만, 현대축구에서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해 득점을 만드는 선수를 일컫는다. '세계 최고의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대표적이다. 역습에 특화되어 있던 '7번' 손흥민은 팀 전체의 공격에 관여하는 '10번'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다. 발군의 속도 뿐만 아니라 찬스메이킹 능력까지 업그레이드시켰다.
손흥민의 스타일 변화는 지난 9월 A매치 2연전에서 감지됐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포진했지만 사실상 프리롤 역할을 맡은 손흥민은 좌, 우, 중앙을 오기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날카로운 패스가 돋보였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많은 대화도 중요하지만 우선 운동장에서 (실력을) 보여주는 게 맞다"며 "감독님 말씀처럼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파라과이전의 주요 포인트는 손흥민의 위치다. 그가 어떤 위치에 뛰느냐에 따라 슈틸리케호의 공격 전술을 가늠할 수 있다. 손흥민의 발끝에 주목해보자.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