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여배우. 슬럼프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자배우가 스크린을 휩쓸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해적'의 손예진,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신민아 그리고 앞으로 나올 '국제시장'의 김윤진, '협녀: 칼의 기억'의 전도연 등 좋은 여배우들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들이 전부가 아니다. 올 연말에는 이들 외에도 깜짝 스타가 될 가능성이 신선도 높은 여배우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주목해야 할 여자 배우들은 과연 누가 있을까.
오는 23일 개봉하는 '레드카펫'에는 고준희가 등장한다. 패셔니스타로서는 '대세'로 인정받았던 그지만 '인류멸망보고서' '건축학 개론' '결혼전야' 등 많은 영화에 출연했어도 배우로는 저평가 됐던 것이 사실. 그는 '레드카펫'에서 자신감 넘치고 자존감도 세지만 의외로 허당끼 충만한 톱 여배우 은수 역을 맡았다. 살짝 푼수끼가 있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도도한 이미지의 고준희로서는 정형화된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레드카펫'의 박범수 감독은 "고준희는 은수 그 자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겉모습을 보고 냉정하거나 까칠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촬영 내내 특유의 밝은 성격이 현장과 어우러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 모습은 영화 속에도 그대로 묻어났다"고 설명했다.
11월초 개봉예정인 '카트'에서는 천우희가 눈에 띈다.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등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는 주눅들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는 말이 돌면서 벌써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천우희의 활약은 이미 올해 초 영화 '한공주'에서부터 예상됐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마리옹 꼬띠아르로부터 "그녀의 팬이 될 것 같다"는 극찬을 받았다. 때문에 '써니' '우아한 거짓말' '한공주'까지 고교생 연기를 자주 보여줬던 그가 '88만원 세대' 미진 역으로는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한 영화 관계자는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는 배우가 바로 천우희인 것 같다. 많은 제작자들이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발벗고 뛰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연말 개봉 예정인 이정재 주연의 영화 '빅매치'에는 가수 보아가 출연한다. 물론 보아의 연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KBS2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와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 그리고 '관능의 법칙'에 줄줄이 출연했다. 하지만 연기를 검증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 '메이크 유어 무브'는 보아의 연기력보다는 댄스에 집중한 작품이었다. 또 '관능의 법칙'은 카메오 수준이라 그의 연기력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연애를 기대해'에서는 달랐다. 기대 이상의 연기력으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만만치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톱가수에서 톱배우로의 변신 가능성을 보여준 보아. '빅매치'에서 주연급인 수경 역을 어떻게 소화해낼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15세의 나이에 가수로 데뷔해 한국과 일본을 점령했던 보아가 데뷔 14년차를 맞아 배우로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