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캡틴 계보를 잇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슈틸리케호 1기 첫 주장 기성용(25·스완지시티)이 명불허전의 플레이로 파라과이전 승리를 이끌었다. 기성용은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 선발로 나서 후반 35분 박종우(25·광저우 부리)와 교체되기 전까지 80분 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첫 주장으로 기성용을 점찍었다. "기성용은 미드필더로 중원에서 활약한다. 공수에 모두 관여하는 선수다. 팀 중심적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선수라고 봤다. 최고참과 막내의 중간점이지만,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 선수다. 그래서 주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기성용이 감정을 잘 조절한다면 더 훌륭한 주장이 될 것"이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기성용은 그라운드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의중을 100% 실현했다. 넓은 활동 반경을 앞세워 공수 모두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패스는 예리하면서 힘이 넘쳤다. 상황 판단도 뛰어났다. 전진해야 할 때는 볼흐름에 몸을 맡기거나 드리블로 적진을 헤쳐나갔다. 물러서야 할때는 빼어난 완급 조절 능력을 선보였다.
기성용은 경기 후 "팀이 오랜만에 무실점으로 승리해서 기쁘다. 감독님도 무실점으로 이긴 것에 만족하는 듯하다"며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2연승을 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님이 선수들에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주력했다. 내게는 공격에서 자유롭게 플레이하도록 요구했다"며 "수비도 안정적으로 뒷받침했고 공격도 잘했다"고 자평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이 실험적인 선발 라인업을 짠 것을 두고는 "오늘 선발로 나선 선수들이 베스트11으로 나간적이 많지 않았다. 팀이 소집된지도 얼마 안됐다"면서 "감독님의 생각이 있었다. (오늘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능력을 증명했기에 다른 선수들과 더 좋은 경쟁이 될 듯하다"고 내다봤다.
주장 완장의 부담은 즐겼다. 기성용은 "내가 돋보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팀에 고참들이 있었기에 믿었다"면서 "주장은 경기장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자리다.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햇다. 계속 주장직을 이어가고 싶냐는 물음에는 "아무나 주장을 맡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발을 빼면서도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그간 경험했던 부분을 잘 살려 선후배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입장하는 과정에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세심함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기성용은 "감독님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줄은 몰랐다"고 웃으며 "선수들에게 최대한 편안함과 자신감을 심어주시려 한 듯 하다. 팀이 침체되지 않도록 신경 써주셨다"고 감사함을 드러냈다. 그는 "감독님이 의미없이 쉽게 공을 앞으로 차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최대한 공을 가지면서 공격에서 세밀하게 푸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밝히기도 했다.
천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