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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에너지, 래키에 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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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류현진은 강한 상대에게 더욱 강했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5전3선승제) 3차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5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제 몫을 다했다. 비록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최고 구속 94마일(약 151㎞) 직구를 앞세워 시종 힘있는 피칭으로 안정감을 이어갔다. 주로 커브를 승부구로 던져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주심의 석연찮은 스트라이크존 적용에 애를 먹는 바람에 초반 투구수가 많았다.

그런데 이날 류현진의 상대는 메이저리그 13년차의 베테랑 존 래키(36)였다. 래키는 7이닝 5안타 1실점의 빈틈없는 피칭을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래키는 이날 경기가 포스트 시즌 통산 20번째 등판이었다. 지난 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와 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각각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 마지막 경기서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던 그야말로 '가을의 사나이'다. 그는 이날 승리로 포스트 시즌 통산 7승5패,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했다.

래키는 포스트 시즌에서 유난히 강한 이유에 대해 "(포스트 시즌에서는)확실히 다른 에너지가 있다. 기분을 좋게 하는 에너지다. 그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쓰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오늘 분위기는 대단했다. 홈팬들의 응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류현진 역시 래키에 못지 않은 투구로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구속과 제구력, 경기운영능력 모두 래키에 뒤지지 않았다. 래키는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직구 속도가 92~94마일(약 148~151㎞) 정도 나오고, 커터와 커브를 던진다. 래키는 총 100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볼넷을 1개만 내줬고, 삼진은 8개를 잡아냈다. 1회와 2회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호투의 발판을 마련했다. 6회에는 야시엘 푸이그와 핸리 라미레스에게 각각 3루타와 2루타를 맞고 1점을 내줬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류현진도 3회 맷 카펜터에게 솔로홈런을 내줬을 뿐, 뛰어난 경기운영능력을 과시하며 6이닝을 투구했다. 2회 무사 1,2루서 하위타선 세 타자를 모조리 범타로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4회에는 1사 1루서 콜튼 웡을 72마일 커브로 병살타로 잡아내기도 했다.

류현진은 올시즌 에이스급 투수들과 대결할 때마다 인상적인 피칭을 펼쳤다. 상대가 누구든, 장소가 어디든 류현진의 배짱과 여유가 또다시 확인된 경기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