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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웠던 대회 개최, 최경주가 포기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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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전성기를 맞았던 한국 남자골프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프로골프의 간판 최경주(44·SK텔레콤)가 자신의 이름을 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4회 대회(9일~12일·레이크힐스 순천 컨트리클럽)의 키워드를 '변화'로 정했다.

선수의 이름을 내건 아시아 최초의 대회인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2011년 1회 대회부터 다른 대회와는 차별화된 '캠페인'을 앞세워 눈길을 끌었다. 1,2회 대회에서 휴대폰 소음과 담배 연기 없는 대회를 내세워 성공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2년간 캠페인에 동참해준 갤러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THANK YOU(고맙습니다)'를 캠페인으로 내걸었다.

올해의 키워드는 '변화'다. 최경주는 6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남자 골프의 재건이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수들이 무엇을 팬들에게 줄 수 있는가 고민해야 한다. 대회에 출전하는 후배들에게 '선수들이 변하자'는 얘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한국 남자 골프의 위기를 뼈저리게 느꼈다. 지난 3년간 아시안투어로 대회가 열렸지만 올해는 타이틀 스폰서와 대회장을 구하지 못해 대회 무산 위기에 처했다. 최경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여건상 대회 개최가 어려우니 올해는 한 차례 쉬자고 만류하는 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회라는게 한 번 건너 뛰면 그 다음 속개 되기가 힘들기 때문에 대회는 어떻게든 지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어 다녔다"고 말했다. 정성이 통했다. 지난해까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던 CJ그룹과 레이크힐스 골프그룹이 도움을 주기로 했다. 레이크힐스 골프그룹은 순천의 골프장을 대회장으로 내주었다. 선수들의 식·음료까지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2015년 프레지던츠컵 국내 유치에 앞장섰던 풍산그룹 류 진 회장, 데니스골프 등의 도움이 이어지며 대회 개최가 확정됐다. 최경주는 "나는 비지니스맨이 아니다. 성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선수다. 대회 개최에 온 신경을 쏟다보니 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한 뒤 "예정된 대회 개막일 4주 전에야 개최가 결정될 정도로 힘든 과정이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여러모로 도움을 주신 분께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가 대회 개최를 밀어붙인 이유는 오직 하나, 한국 남자골프의 부흥 때문이다. 대회가 없어 선수들이 설 자리가 줄어든 KPGA 투어가 변화를 통해 다시 활기를 뛰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경주는 "내가 골프를 시작할 때는 최상호 박남신 최광수 박노석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다. 지금은 어렵지만 협회, 선수가 합심해 남자 골프가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1990년대 전성기에 버금가도록, 한국 남자골프의 부흥을 위해 이 대회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자신의 은퇴시기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6년 뒤면 시니어 투어에 진출하기 때문에 은퇴시기는 없다. 백스윙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는 한 계속 대회에 출전할 것이다." 최경주는 PGA 투어 커리어 상금랭킹 17위(3002만5453달러)에 올라 있어 50위까지 주어지는 시니어투어 영구 시드를 보유하고 있다. PGA 투어 우승의 꿈도 여전하다. 최경주는 "앞으로 3년동안 내 나이에 PGA투어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없을까 시험해보고 싶다. 투어에 정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