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포항-부산 간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3일 전 이광종호에서 금메달의 환희를 맛봤던 김승대(23)와 손준호(22)는 포항 선발 라인업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김승대는 최전방 원톱, 손준호는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두 선수는 지난 한달 간 이광종호에서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7경기를 뛰었다. 모든 힘을 쏟았다. 체력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스승 황선홍 포항 감독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이들을 선발 라인업에 올릴 수밖에 없는 팀 사정 때문이다. 포항은 김승대, 손준호가 빠진 지난 6경기에서 단 2승(1무3패)에 그쳤다. 2위 자리는 유지했으나 선두 전북(승점 58)과의 승점차가 7점까지 벌어졌다. 황 감독은 "매 경기가 아쉬운 시점인데 가용자원은 많지 않다"며 "본인들은 출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경기력이나 체력 모두 걱정이다.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구름 위를 걷는 기분 아니겠는가. 금메달을 따면서 오른 사기가 좋은 형태로 발휘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황 감독의 예상대로 김승대, 손준호는 전반전 내내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전반 9분과 34분에는 중원 콤비 플레이로 득점과 다름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후반은 정반대였다. 힘이 떨어졌다. 발이 무뎌지면서 파괴력도 급감했다. 황 감독은 손준호를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김승대를 섀도 스트라이커로 옮기는 변화를 시도했지만, 존재감은 미미했다. 포항은 이날 부산과 득점없이 비겼다.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친 포항(승점 52)은 서울을 잡은 수원(승점 54)에게 2위 자리를 내줬다. 포항이 3위로 처진 것은 지난 4월 6일 이후 5개월여 만이다.
황 감독은 "(김승대, 손준호 전진배치는) 공격력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조치였다. 하지만 창의성이나 세밀함이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적장 윤성효 부산 감독도 황 감독의 결정을 이해하는 눈치였다. "두 선수 모두 개인기가 좋다. 감독 입장에선 최상의 카드를 냈다고 본다."
경기 후 김승대, 손준호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지만, 소속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이 컸다. 김승대는 "오랜기간 팀을 비웠던 만큼, 꼭 이기고 싶었던 경기다, 그러질 못해 아쉽다"고 고개를 떨궜다. 7일 A대표팀 소집을 앞둔 김승대는 "오늘 많은 찬스가 있었음에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A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팀에 복귀하면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손준호 역시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 아쉽다. 체력 문제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나 혼자 잘해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갔던 게 아니다. 같이 뛴 형들과 좋은 성적을 냈기에 얻은 기회였다.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