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가 정규시즌을 마치고 포스트 시즌에 돌입했다.
아메리칸리그의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내셔널리그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과해 양 리그 각 4개 팀이 디비전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상황. LA 다저스는 5일(이하 한국시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디비전시리즈 2차전서 승리를 거둬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다저스는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가 나선 지난 4일 1차전서 역전패를 당한 것이 뼈아팠다. 커쇼는 6⅔이닝 동안 8안타 8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포스트 시즌에서 2경기 연속 7실점 이상을 한 투수는 역사상 커쇼가 처음이다. 커쇼는 지난해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서 4이닝 10안타 7실점의 난조를 보인 바 있다.
이런 커쇼에 대해 MVP 논쟁이 여전히 뜨겁다. 커쇼는 올 정규시즌서 21승3패, 평균자책점 1.77, 탈삼진 239개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투수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생애 3번째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을 압도적인 수치로 석권했기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하지만 MVP까지 차지할 수 있는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때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호령했던 마크 멀더는 얼마전 ESPN과 인터뷰에서 "커쇼가 사이영상과 MVP를 모두 수상해야 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투수에게 MVP를 줘야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커쇼는 워낙 뛰어났다"고 주장하며 커쇼의 MVP 등극에 적극 찬성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셔널리그 타자 중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올린 선수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 말린스), 앤드류 맥커친(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조나단 루크로이(밀워키 브루어스)가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커쇼만큼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CBS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달 18일 '커쇼의 기록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스탠튼이 MVP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탠튼은 올시즌 145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 37홈런, 105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스탠튼은 지난달 12일 밀워키전에서 경기 도중 마이크 파이어스의 투구에 얼굴을 맞고 쓰러지는 바람에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결국 스탠튼은 각 부문 수치를 늘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부상 결장은 커쇼도 마찬가지다. 커쇼는 올시즌 개막전 등판 후 등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6주 정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헤이먼은 '가뜩이나 적은 경기를 책임지는 투수 포지션의 커쇼가 시즌 초반 결장한 것이 더 치명적이다'고 지적했다. 스탠튼은 시즌 막판 17일 밖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활약상에서 앞선다는 이야기다.
내셔널리그에 비하면 아메리칸리그는 윤곽이 뚜렷하다. LA 에인절스의 강타자 마이크 트라웃이 강력한 MVP 후보다. 트라웃은 올시즌 15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7리, 36홈런, 111타점, 115득점을 기록했다. 타점과 득점 리그 1위다. 에인절스를 최고 승률(0.605)의 팀으로 올린 주역이 트라웃이다. WAR(Wins Above Replacement·대체선수에 비해서 얼마나 더 많은 승수 기여를 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에서도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의 미겔 카브레라와 볼티모어의 넬슨 크루즈도 MVP 후보로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브레라는 타율 3할1푼3리, 25홈런, 109타점을 올리며 디트로이트의 중부지구 우승을 이끌었다. MVP를 2년 연속 차지한 2012~2103년에 비하면 수치가 줄었지만, 팀공헌도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크루즈는 타율 3할3푼3리, 40홈런, 108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고, 볼티모어를 지난 1997년 이후 17년 만에 동부지구 왕좌에 올려놓은 공도 빠지지 않는다. 트라웃은 2012년과 지난해 두 시즌 연속 MVP 투표에서 카브레라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이번에는 카브레라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