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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강판' 신정락 "평생 후회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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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LG 트윈스의 투수 신정락이 스스로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서 포기했다. 팀을 위해서였다.

신정락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선발등판해 놀라운 호투를 했다. 8회 1사까지 NC 타선에 볼넷 2개를 내줬을 뿐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신정락은 이날 경기 강판 전까지 9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특히, 좌타자 몸쪽 빠른 직구에 이은 바깥쪽 백도어 커브가 일품이었다. NC 타자들이 전혀 대처를 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신정락의 마구쇼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한 경기 9탈삼진은 개인 역대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하지만 8회 1사 후 이호준을 볼넷으로 나간 후 강상수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당시 투구수 99개. 신정락이 올시즌 선발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지만, 대기록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더 못던질 투구수는 아니었다. 양상문 감독이 아무리 '독한 야구'를 표방한다지만, 투수 출신 지도자 입장에서 신정락을 내릴 일은 없었다. 하지만 마운드에 올라간 강 코치가 난감한 표정으로 1루 덕아웃쪽에 교체 사인을 냈다.

이유는 공을 던지는 오른손 중지 손톱 부상 때문. 사실 신정락은 3회 공을 던질 때 손톱이 살짝 들리는 것을 느꼈다. 아팠다. 하지만 참을 만 했다. 그런데 8회를 앞두고 불펜에서 연습 투구를 할 때 통증이 더 심해졌다. 그리고 이호준을 상대로 직구 2개를 연속해서 던지는데 망치로 손톱을 맞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기록의 유혹은 아픔도 이겨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런데 신정락은 냉정한 판단을 했다. 본인 스스로 강판을 결정했다. 경기 후 만난 신정락은 "기록은 정말 의식하지 않았다. 이호준 선배를 잡았다고 해도 교체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내 개인 기록보다 팀 4강이 더 중요하다. 오직 그 생각 뿐이었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찾아올지 모른다고 하지만, 나중에 오늘을 돌이키더라도 평생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팀이 이겨 그냥 좋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신정락의 희생이 동료들의 투지를 불타게 했을까. LG는 9회말 캡틴 이진영의 끝내기 안타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이틀 연속 끝내기승. 죽음의 5연전 4경기 3승1패의 좋은 성적. 5위 SK 와이번스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유지하며 4위 자리를 지켰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