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25·성남)이 활짝 웃었다.
리그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김동섭은 1일 전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7개월여의 기나긴 슬럼프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후유증이 시즌 초반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기에 이적설까지 나돌았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었다. 분명 지난시즌 14골-3도움을 기록한 '킬러' 김동섭이 아니었다.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가장 큰 문제는 떨어진 자신감이었다. 코칭스태프의 절대적인 믿음 속에서 마음을 다잡았지만, 경기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 차례 반전의 계기가 있었다. 8월13일 영남대와의 FA컵 8강전이었다.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부활은 요원했다. 이후 득점포는 또 다시 잠이 들었다. K-리그 클래식 5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지난달 5일 성남FC 지휘봉을 잡은 김학범 감독도 먼 발치에서 김동섭의 부활을 기다렸다. '채찍'보다 '배려'를 택했다. 팀 부진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그라운드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김동섭을 바랐다.
하지만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었다. 지난달 13일 포항전이 끝난 뒤 김동섭에게 일갈했다. "난 너에 대해 포기를 했다. 믿음을 가질 수 없다." 이후 21일 제주전과 부산전에서 김동섭을 대기 명단에 남겨둔 채 출전시키지 않았다. 김 감독은 "스트라이커가 없는 상황인데 오죽하면 출전을 시키지 않았겠는가. 그 동안 의지가 약해서 생긴 문제였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팀 내 주포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었다.
그러자 곧바로 반응이 일었다. 김동섭이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7개월여 만에 골을 터뜨렸다. 김동섭이 살아나니 팀도 살아났다. 김 감독은 "이날 골 말고도 두 차례 더 득점 기회를 잡았었다. 이렇게 자신이 살아나야 본인도 좋고, 팀도 좋고 '1석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김동섭에 대한 김 감독의 포기 발언이 묘수가 됐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