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이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2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70대64로 이겼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이후 20년 만의 우승이다. 아시아 최강 중국에 밀려 오랜 시간 2인자(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에 머물렀던 한국은 이날 승리로 20년 만에 한을 풀었다.
▶1.5진 중국, 생각보다 강했다.
한국은 금메달이 꼭 필요했다. 20년의 숙원도 있었지만, 전력도 그랬다. 중국과 일본은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이번 아시안게임에 1.5진 전력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반면, 한국은 금메달을 위해 최강전력으로 대표팀을 만들었다.
중국은 젊고 패기가 넘쳤다. 선수들의 실력도 좋았다. 한국이 3쿼터까지 초접전을 벌이며 고전한 이유다. 특히, 주장이자 중심 센터인 리우단(12득점 10리바운드)과 가드 쉬시우펭(16득점 4리바운드)이 위협적이었다.
경기 후 중국 왕구이지 감독은 "작년부터 정말 많은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10년 이상의 경험이 많은 한국 선수들에 비해 세세한 부분이 떨어졌다"고 했다.
중국 뿐 아니라 일본도 4강전에서 한국을 괴롭혔다. 58대53으로 어렵게 이겼다. 중국과 일본은 기반이 탄탄했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위성우 대표팀 감독은 "1.5진이라지만 결코 쉽지 않은 상대였다"고 했다.
▶베테랑의 힘 한국,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중국 선수들은 변연하(16득점 3리바운드), 신정자(14득점 5리바운드), 이미선(2득점 5리바운드) 등 한국대표팀 베테랑들의 노련함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들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4쿼터 초반 점수차가 벌어지자 급격히 무너졌다. 확실한 건, 중국이 1.5진의 전력이었지만 베테랑 선수들이 없었다면 경기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베테랑 3총사가 국가대표로 다시 메이저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회에서 20년의 한을 풀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봐야 한다. 변연하는 공식 인터뷰에서 "마지막 국가대표 대회서 금메달을 따 기쁘다"고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미선이지만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남편(최진영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사무국장)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이제 세대교체를 고민해야 한다. 다행히 변연하의 뒤를 이을 새로운 에이스 김단비(13득점 2리바운드)의 맹활약이 고무적이었다. 김단비와 함께 이경은 박혜진 김정은이 앞으로 주축 멤버로 거듭나야 한다.
▶위성우 감독, 여자농구 중심으로 우뚝
위성우 대표팀 감독의 공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2년 전, 우리은행 사령탑에 부임한 그는 2시즌 연속으로 우리은행의 우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국제대회 금메달 감독 타이틀도 추가했다. 라이벌 중국과 일본이 1.5진 선수단을 냈지만, 홈이었기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회였다. 선수단을 잘 조련해 한국에 값진 금메달을 선물했다.
이제 위 감독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감독이 됐다. 여자농구판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위 감독은 "20년 만의 금메달, 너무 영광스럽다"고 했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