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에서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땄는데, 일부 팬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다른 종목의 금메달에는 찬사와 박수를 쏟아내면서 야구에는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다른 참가국과 전력 차이가 커 너무 쉽게 금메달을 땄다는 주장이다. 아시안게임이 엄청난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안겨주는 무대가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표팀을 이끈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야구만 금메달 따면 병역혜택을 받는가"라고 했고, 결승전에서 역투를 펼치며 우승에 기여한 안지만은 "우리는 최상의 전력을 꾸려서 나왔고 다른 팀은 그러지 않았는데, 이게 우리의 잘못인가"라며 비판적인 시각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말 한국 야구가 잘못한 것일까.
일부 팬들은 일본이 사회인야구 선수로 출전하고, 대만이 마이너리그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는데, 한국은 최강 전력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고 비판한다. 국가대표 선발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가 상대의 전력 수준, 대표 선발 기준에 맞출 필요가 전혀 없다. 세계 최강이라는 양궁도 대표선수 선발전을 거쳐 최고의 선수가 나온다. 야구대표팀의 전력이 너무 좋다고 비판하는 이들은 양궁이 국제대회 때마다 금메달을 딴다고, 아시안게임에는 2진을 내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일본과 대만은 프로야구에서 선수 차출할 분위기가 안 되고, 또 반대가 있어 사회인야구 선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 중인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만들었다. 상대 팀이 그렇게 했다고 해서 그들을 따라야할 이유는 없다.
물론, 한수 아래 전력으로 봤던 대만에 결승전에서 고전한 것을 비판할 수 있다. 한국은 예선전서 대만에 콜드게임 승을 거뒀지만 결승전에서 6대3 진땀승을 거뒀다. 7회까지 무기력하게 끌려가다가 8회에 가까스로 역전에 성공했으니 졸전이라고 할만 했다.
그런데 이쯤에서 한 번 돌아보자. 한국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일본에 2대14로 7회 콜드게임 패를 당했는데, 1위 결정전에서는 1대0으로 이겼다.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얼마든지 경기가 달라질 수 있는 게 야구다.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을 비판할 수 있지만, 최고의 선수들을 뽑았다는 걸 나무랄 수는 없다.
농구, 축구도 프로 선수들이 출전한다. 종목의 기준에 맞게 최고의 선수들을 뽑는다. 축구의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이 축구월드컵 흥행을 위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에 나이제한(23세)을 두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대표팀을 만들었을 뿐이다. 만약 나이 제한이 없다면 출중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농구와 배구도 야구처럼 프로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해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이들이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비난할 팬이 있을까.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병역혜택을 주는 것은 국가가 법으로 정한 것이다. 선수들을 비난할 일이 아니다.
야구의 아시안게임 퇴출도 한국야구 때문이 아니다. 아시아권에 야구를 즐기는 국가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아시안게임 종목이 계속 늘어나면서 야구가 포함됐는데, 최근에는 종목을 줄이는 추세다. 당연히 많은 국가에서 성행하는 종목이 살아남는다. 축구도 국가별로 실력차가 크지만 퇴출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많은 국가가 참가하기 때문이다. 야구는 일본과 한국 등이 아시아권 국가에 야구를 보급하고 지원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 드는 종목이다보니 발전이 쉽지 않다. 2018년 아시안게임 개최지가 야구 불모지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결정되면서 야구의 정식종목 퇴출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만약 대만이나 일본에서 열린다면 야구는 무조건 살아남는다.
안지만은 "광저우대회(2010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국가대표인데, 대표팀은 소속팀과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가슴 속에 찌릿찌릿한 것이 있다"고 했다. 대표선수로서 자긍심이 있다는 얘기다.
야구대표 선수들은 많은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지만 최선을 다 해 뛰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의 메달레이스에 충분히 기여를 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