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처럼 얽힌 골키퍼 김승규(24·우산)의 축구인생이 활짝 폈다.
첫 번째 아픔은 4년 전이었다. 운명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아쉽게 패했다. 연장 후반 14분 자신이 빠지고 이범영이 투입돼 어수선해진 상황에서 실점을 허용했다. 벤치에서 '공든 탑이 무너지는' 순간을 지켜본 김승규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3~4위전에선 부상 투혼을 펼쳤다. 손목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했지만, 숨기고 경기를 뛰었다. 3골을 내줬지만, 동료들의 4골로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두 번째 아픔은 2년 뒤 찾아왔다. 2012년 런던올림픽 예선에선 주전 골키퍼였지만, 정작 본선은 뛰지 못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손가락 골절 부상을 했다. 복귀하는데 8개월이나 걸렸다. 김승규는 경쟁자 이범영(부산)이 동메달을 목에 거는 것을 보며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반전의 계기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었다.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 선발 출전, 90분간 선방쇼를 펼쳤다. 손가락 골절 부상에도 제 몫 이상을 해줬다. 김승규는 90분으로 'K-리그 대세'로 떠올랐다. 그러나 결과는 0대1 패배. 아픔이었다. 김승규는 16강 진출 실패로 짐을 싸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김승규에게 국제무대 악연을 끊을 기회가 주어졌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었다.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발탁됐다. 이미 김승규의 활용법은 나와 있었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조별리그 팀들을 상대할 때는 필요없었다. 패하면 곧바로 짐을 싸야하는 토너먼트가 시작될 때부터 '김승규 효과'가 필요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김승규는 7경기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고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일조했다. 매 경기 1~2차례 슈퍼세이브로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무실점의 비결을 묻자 "약한 팀만 계속 상대했으면 오히려 무실점이 어려웠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 같은 강팀을 상대로도 경기를 해 무실점을 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무엇보다 김진수(호펜하임) 김민혁(인천) 장현수(광저우 부리) 임창우(대전) 등 든든한 수비수들을 만난 것을 행운이었다.
"월드컵의 아픔이 도움이 됐다"고 한 김승규의 말대로 지난 세 차례의 아픔이 지금의 김승규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