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기다림이 끝났다.
한국 축구가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결승에 올랐다. 이광종호는 30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벌어진 '복병' 태국과의 인천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전반에 대세가 갈렸다. 전반 41분 이종호가 헤딩, 전반 45분 장현수가 페널티킥으로 연속골을 터트리며 일찌감치 결승행을 결정지었다.
운명이 얄궂다. 결승전에서 남북대결이 성사됐다. 피날레 무대의 상대는 북한이다. 2014년 10월 2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운명의 휘슬이 울린다.
이광종 감독은 담담했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줘 결승에 올랐다. 전반전에는 경기력이 좋았지만 후반에는 체력이 떨어지면서 조직력에 문제가 생겼다. 수비라인이 잘 버텨줘 결승까지 올랐다. 28년 만의 결승 진출인데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다.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 우리 목표는 우승이다. 아직 한게임이 남았다. 선수들의 기분이'업'돼 있지만 추스려서 회복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남북대결에 대해선 "북한이 연장전까지 해 체력소모가 더 큰 것 같다. 전방부터 압박해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세계의 시선이 결승전에 쏠리고 있다. 북한은 강호 이라크와 이날 연장까지 치르는 혈투 끝에 1대0으로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다. 연장 전반 6분 정일관의 프리킥골로 승부를 갈랐다. 그러나 정일관은 골을 넣은 후 퇴장당해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남과 북은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맞닥뜨렸다. 득점없이 비기며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36년 만의 결승 대결이다.
이 감독은 "정일관이 퇴장당해 못 나오는 상황이다. 왼쪽 풀백도 경기 초반에 다쳤다. 북한도 100% 전력이 아니다. 우리팀에는 유리하다"며 "북한이나 이라크나 팀마다 장점이 있다. 이라크는 힘이 좋고, 세트피스가 예리하다. 북한 킥앤드러시 스타일이다. 어느 팀이 올라오든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어느 팀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후 미소를 지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부상한 김신욱(울산)은 태국전에서도 가동하지 않았다. 결승전에도 선발 출전은 어렵다. 이 감독은 "김신욱은 오늘 어려운 상황이 되면 투입시키려고 했다. 2-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 선수 보호차원에서 쉬게 했다. 하지만 결승전도 베스트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100%가 아니다. 후반전에 상황이 안 좋아지면 들어갈 확률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A조에서 출발한 한국은 6전 전승으로 결승 관문을 통과했다. 남북대결, 단 한경기만 남았다. 금메달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최후의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인천=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