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쌍용자동차가 뉴질랜드 시장 진출을 선언할 때만 해도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 속에 해외 마케팅 강화를 외쳤지만 큰 울림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4년 만에 쌍용차는 뉴질랜드 자동차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매년 60%의 고성장을 하고 있다.
뉴질랜드 인구는 450만명으로 나라 면적에 비해 적지만 자동차는 1.8명당 1대로 생활필수품이다. 지난해 연 10만대 수준이던 신차판매는 올해는 11만6000대로 예상되고 내년에는 12만2000대로 커질 전망이다. 제조업이 취약한 뉴질랜드에는 현재 자동차 공장이 없다. 100% 수입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관세인하 및 관세 조기철폐 정책을 추진해 몇 안 되던 제조업체들도 잇달아 공장문을 닫았다. 도요타, 포드, 혼다 등이 현지 공장을 폐쇄했다.
지난해 쌍용차는 1260대를 팔아 뉴질랜드 수입차 메이커 중 17위를 기록했다. 1위는 도요타로 2만3723대(20.9%), 포드가 2위(1만2849대, 11.3%), 현대차는 4위(7769대, 6.9%), 기아차는 11위(2808대, 2.5%)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7월까지 쌍용차의 약진이 눈에 띈다. 1089대를 팔아 시장점유율을 1.5%(16위)로 끌어올렸다. 아직은 아쉬운 수준이지만 2012년 0.7%에서 해마다 점유율이 크게 뛰고 있다. 올 연말까지 점유율 1.7% 달성이 목표다.
흥행 원동력은 본사의 효과적인 타깃 마케팅과 현지 대리점(딜러)의 보기 드문 대규모 투자다.
쌍용차는 SUV와 레저용 차량을 선호하는 뉴질랜드 소비자들의 입맛을 간파했다. 4륜구동이 가능하고 넉넉한 트렁크나 짐칸이 있는 액티언스포츠, 코란도, 렉스턴 등을 집중 배치했다. 비교적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미래 소비자까지 묶어두는 효과가 생겼다. 쌍용차는 내년초 출시예정인 콤팩트 SUV 차량 'X100'을 뉴질랜드 시장에 바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뉴질랜드 타우포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대회 '쌍용 레이싱 시리즈' 는 현지 대리점의 직접 마케팅 투자 결과다. 메인 네임브랜드 스폰서십에 향후 3년간 대회 개최에 수십억원을 쏟아 부을 참이다. 릭 쿠퍼 쌍용 뉴질랜드 대리점 대표(63)와 아들인 디온 쿠퍼 쌍용 뉴질랜드 대리점 사장(40) 부자는 지역 유지임과 동시에 쿠퍼 대표의 아버지는 한국전 참전용사인 '지한파'다.
쌍용차 뉴질랜드 홍보대사 선정도 격이 달랐다. 이번 대회 우승 선수에게는 뉴질랜드 최고 유명인사인 럭비계의 전설 콜린 미즈 경(Sir Colin Meads·78)의 이름을 딴 우승컵이 주어진다. 쌍용차 홍보대사인 미즈 경은 뉴질랜드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톱5에 매년 이름을 올릴 정도다. 미즈 경이 쌍용차 로고가 박힌 점퍼를 입고 대회장에 나타나자 현지인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기 바빴다. 오클랜드(뉴질랜드)=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