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이 국내용이란 오명을 드디어 벗었다.
한국야구대표팀이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아시안게임 결승전서 6대3으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류중일 감독도 국제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경험했다.
류 감독은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처음으로 대표팀 감독을 맡았지만 1라운드에서 네덜란드에 뜻밖의 패배를 하며 2승1패로 대만과 네덜란드와 동률을 이뤘지만 아쉽게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게다가 삼성의 3년 연속 우승으로 세차례 아시아시리즈에 나갔지만 2011년엔 우승 이후 2012년과 지난해엔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야구 팬들은 류 감독이 장기적인 리그전엔 강하지만 국제경기의 토너먼트엔 약하다는 평가를 내기도 했다.
류 감독은 절치부심해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며 사상 첫 3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의 자격으로 다시 국가대표 감독직에 오르게 된 것.
그는 취임 일성으로 "최고 선수들로 뽑아 전승 우승에 도전하겠다"라고 밝혔다. 우승하면 본전, 못하면 역적이라는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류 감독은 자신이 뽑은 선수들을 끝까지 믿었다. 지난 7월말 24명의 대표선수를 선발했을 때 13명의 군미필 선수가 뽑혔다. 일부 선수의 경우 팬들로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류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엔트리 발표 후 몇몇 선수는 부진했다. 그는 항상 "엔트리 변경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도 냉철한 눈으로 최적의 라인업을 만들었고 예선 1차전부터 결승전까지의 로테이션을 완성했다. 합숙에 들어가기전 황재균을 1번 타자로 염두에 뒀지만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자 고집을 부리지 않고 민병헌을 냈고, 나성범을 3번으로 내정했다가 경험이 많은 김현수로 바꿨다. 그리고 이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민병헌은 리드오프로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김현수는 때론 타점을, 때론 찬스를 이어주는 3번 타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금메달을 결정지은 8회도 결국 민병헌과 김현수로 만든 찬스가 역전으로 이어졌다. 김광현-양현종-홍성무-이재학-김광현으로 이어진 선발 로테이션도 모두 맞아떨어졌다.
류 감독의 야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하나의 짐을 던 류 감독은 이제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향해 다시 냉철한 승부사로 돌아간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