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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야구 금메달, 이색 수상자를 선정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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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했다. 하지만 야구 태극전사들은 위기에서 강했다. 5전 전승. 한국 야구대표팀은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짜릿하게 뒤집기 드라마로 대만을 잡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은 태극전사 24명이 모두 자기 역할을 잘 해준 결과물이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한 몇몇 주인공들을 골라봤다.



▶ MVP=김현수 안지만

MVP는 원래 1명을 뽑아하는 법. 하지만 한 명을 선택하기에는 둘의 공헌도가 막상막하.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우승한 후 위기 상황에서 실점을 막아준 안지만을 수 차례 칭찬했다. 안지만은 대만과의 결승전, 2-3으로 뒤진 7회말 무사 1.3루에서 구원 등판, 세자를 연속 범타 처리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힙합 보이' 안지만은 강심장이다. 칠테면 쳐보라고 던지는 그의 묵직한 직구에 대만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렸다.

김현수는 안지만이 막고 내려간 후 경기를 뒤집는데 가장 중요한 안타를 쳤다. 2-3으로 끌려간 8회초 1사 1루에서 우전 안타를 쳐 1루 주자 민병헌을 3루까지 보냈다. 그 바람에 호투하던 대만의 천관위가 강판됐다. 한국은 상승 분위기를 타고 경기를 6-3으로 역전했다. 김현수가 범타로 물러났다면 뒤집기 드라마는 연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김현수의 이번 대회 타율은 4할2푼1리.

▶신의한수상=민병헌

민병헌의 1번 타자 낙점은 적중했다. 5경기 전체 타율 5할. 무려 10안타 3타점 8득점. 류중일 감독은 대회 전 황재균을 1번 타자로 기용할 생각이었지만 마음을 바꿔 민병헌을 첫 경기부터 5경기 연속 리드오프로 세웠다. 그게 맞아 떨어졌다.

민병헌은 이번 시즌 소속팀 두산에서도 1번 타자로 타율 3할6푼 커리어하이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대표팀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보였다. 올해 민병헌의 활약은 행운이 아닌 실력의 산물이었다.

▶포토제닉상=나지완

나지완은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8회 역전 결승 타점을 치고 벤치로 들어온 나성범을 정말 기쁜 얼굴로 맞이 했다. 그 표정은 태극전사들이 얼마나 금메달을 기대하면서 속이 탔는 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 보다 더 기뻐할 수는 없었다.

나지완은 이번 대회에서 팀 공헌도가 높지는 않았다. 그의 실력이 이번 대표팀에 뽑히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KIA의 4번 타자로 대표팀에서도 대타로는 충분했다. 하지만 소집 초기,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이 있었다. 그는 스스로 도움이 되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래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소속팀으로 돌아가게 됐다. 곧 팔꿈치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수비상=강민호

강민호는 결국 이번 대회 5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안방마님'의 역할을 잘 했다. 5경기 연속 선발 포수로 출전했다. 무안타 때문에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리드했다. 강민호는 올해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에서도 타격은 맘대로 안 됐다. 올해 강민호는 수비형 포수가 돼 버렸다.

▶집중력상=황재균

황재균은 끝에 빛났다. 대만과의 결승전, 4-3으로 불안하게 앞선 8회초 승리에 쐐기를 박는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대만의 추격의지를 황재균의 타점으로 사실상 꺾였다. 1점차와 3점차는 하늘과 땅차이. 황재균은 꼭 필요한 순간, 한방을 날렸다. 황재균은 아시안게임 테니스에서 금메달을 딴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은게 확실했다.



▶위기탈출상=오재원

대만과의 결승전 내내 가장 마음이 불편했을 선수 중 한 명이 오재원이다. 오재원은 이날 중대한 실수를 했다. 원정 유니폼을 챙기지 못하고 경기장으로 와버렸다. 급한 나머지 여성팬에게 빌린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고 한다. 아주 작지는 않았다. 하지만 팬들은 오재원의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두고 비난을 퍼부었다. 만약 대만전에서 패배라는 불상사가 벌어졌더라면 오재원은 한국야구 참패사가 나올 때마다 입방아에 오르내릴 뻔했다. 금메달을 따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