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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계양체육관 바람 논란, 조작 아닌 홈 어드밴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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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의 셔틀콕의 무게는 약 5g(규정상 4.74~5.5g). 거위털로 만들어 매우 가볍다. 세계 최고 수준 선수들의 스매시는 시속 200㎞까지 나온다. 그런데 이 셔틀콕이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배드민턴을 한 번이라고 야외에서 쳐봤다면 금방 알 수 있다. 바람을 등지고 치는 쪽과 바람을 정면으로 보고 치는 쪽은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인다. 그래서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는 실내에서 벌어진다. 그런데 실내에서도 바람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조금씩 불고 그 바람을 잘 이용하는 쪽이 유리할 수 있다.

이번 인천아시아게임 배드민턴은 에어컨 바람 때문에 시끄럽다. 일본과 중국 선수단에서 에어컨을 조작해 역풍이 불어 경기하기 힘들었다고 불평했다. 그리고 그걸 일본과 중국 언론들이 비중있게 보도했다. 일본은 한국과의 남자 단체 8강전에서 지고 난 후 에어컨 역풍 논란을 제기했다. 중국도 한국과의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패한 후 에어컨 바람 때문에 힘들었다는 이유를 댔다.

급기야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이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배드민턴 경기가 열리고 있는 인천시 계양체육관의 에어컨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조직위는 "에어컨 공조 시스템을 확인할 결과,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를 조절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경기장 관계자도 배드민턴장 실내 규정 온도인 24도에 맞게 유지되도록 돼 있다면서 인위적으로 에어컨 바람 방향을 조작한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배드민턴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과거엔 간혹 에어컨 바람 방향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승부에 영향을 준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같이 보는 눈이 많고 아시안게임 같은 비중있는 대회에서 공조 시스템을 조작해서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번 대회 코트에서 뛴 선수들의 다수가 에어컨 바람의 영향을 인정했다. 일본과 중국 선수 뿐 아니다. 한국의 간판 스타 이용대 손완호 신백철 등도 계양체육관의 에어컨 바람이 다른 경기장에 비해 강하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

선수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경기장 본부석 쪽에서 맞은 편 쪽으로 바람이 분다는 것이다. 남자 단체 결승전 첫 단식에서 중국의 천룽을 꺾은 손완호는 "바람을 잘 이용했다. 우리는 이 경기장의 바람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에어컨을 켜 놓고 훈련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용대는 코트를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을 가진다면 바람의 영향을 유리한 쪽으로 살리는 선택을 한다고 했다. 혼합복식에 출전한 신백철은 "에어컨 바람에 적응하지 못하고 셔틀콕이 계속 바람에 밀렸다"고 말했다.

계양체육관의 에어컨 바람이 유별난 건 맞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의 일부 선수들이 주장한 것 처럼 조작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한국 선수들은 계양체육관의 에어컨 공조 시스템을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먼저 알고 대비했다. 에어컨 역풍 논란은 홈 어드밴티지 정도로 보는 게 맞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