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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이겼지만 졸전...대만 정신차려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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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2, 큰 점수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고는 하지만 상대팀이었던 중국의 전력을 감안하면 졸전이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었을 경기. 결승에 진출한 것으로 기뻐할 때가 아니다. 중국전과 같은 경기력을 보인다면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의 영화를 찍을 수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야구 대표팀은 2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7대2로 승리하며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결승전 상대는 예상했던대로 대만. 한국은 예선에서 대만에 10대0 8회 콜드게임승을 거둬 자신감을 가질 수 있지만, 지나친 자신감은 자만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이길 것이라는 것은 야구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더라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다. 단순히 이기는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결승전을 앞두고 걱정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한국은 6회말 박병호의 쐐기 스리런포가 터지기 전까지 4-2 불안한 리드를 이어갔다. 예선에서 준결승에서 대만에 패한 일본에 무참히 콜드게임패를 당했던 중국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애를 먹었다. 경기 전 콜드게임도 조심스럽게 예상됐지만, 콜드게임은 커녕 3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힘겹게 경기를 마쳤다.

중국이 잘해서가 아니었다. 한국 선수들이 부진했다. 4이닝 동안 2실점한 선발 이재학은 그렇다고 치자. 타선이 일찌감치 점수를 뽑아야 했다. 하지만 1, 2회 연속 주루사가 나오며 찬물이 끼얹어졌다. 2회 안타 3개, 볼넷 2개를 얻고 고작 1점을 냈다. 전체적으로 태국, 홍콩 등 최약체 팀들에 비하면 비교적 정돈된 플레이를 하는 중국을 너무 얕보는 모습이었다.

타석에서도 마찬가지. 강정호와 박병호의 홈런이 나왔기에 망정이지, 정말 어려운 경기를 할 뻔했다. 경기 전 "웬만하면 작전을 걸지 않겠다"고 했던 류중일 대표팀 감독도 마음이 조급해졌는지 도루, 치고달리기 등 여러 작전을 구사했다.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5회 나성범의 발야구를 통해 도망가는 점수를 만드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날 경기 해결사는 넥센의 중심타선 박병호, 강정호였다. 여기서 현재 대표팀이 풀어내야 할 숙제를 찾을 수 있다. 병역 미필자가 아닌 선수들은 경기 중 자신들의 페이스를 크게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병역 미필의 주축 선수들은 약체 중국을 상대로도 타석에서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 공이 별로 빠르지 않다고, 타석에서 장타 만을 노렸다. 빗맞아 내-외야에 높이 뜨는 타구들이 많이 나왔던 이유다. 그나마 타격감이 좋은 강정호, 박병호에게 하나씩 얻어 걸린게 다행이었다. 모두들 각 팀의 중심타자라고 하지만, 팀 배팅을 하는 선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13안타 10볼넷을 뽑아내고 7득점에 그쳤다. 그것도 홈런으로 4타점이 나왔는데 말이다. 그나마 김민성과 나눠뛰고 있는 황재균이 4안타를 집중시키며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욕심 내지 않고 툭툭 맞히며 안타를 만들어냈다.

대만은 분명 우리보다 한 수 아래지만 중국보다 훨씬 세다. 우리가 중국전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상대해본 적 없는 생소한 투수인 쟝샤오칭이 선발로 나와 호투한다면 경기 초반 말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기에 대만 타선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을 통해 타격감을 많이 끌어올렸다. 예선전 콜드게임승을 거뒀다고 방심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대만은 8명의 투수가 대기한다.

정신 차려야 한다. 단기전에서는 어떤 이변이 일어날지 모른다. 장타 만을 노리는 영웅 스윙들을 선수들이 하다가는 경기가 꼬일 수 있다. 차라리 중국전에서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은 것이 다행인 듯 하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