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카자흐스탄을 완파했다.
한국은 26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준준결선(8강리그) 1차전에서 카자흐스탄을 대 으로 완파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8강에 오른 8개팀을 2개조로 나눈다. 한국은 D조 1위로 진출해 있는 상황. 8강리그 3경기를 치른 뒤 상위 2개팀이 크로스 토너먼트로 준결승과 결승전을 치르게 되는 방식이다.
이날 승리를 거둔 한국은 27일 오후 2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필리핀과 2차전을 치른다. 3차전 상대는 카타르다. 두 팀은 매우 까다롭다. 아시아 농구강국이다. 8강리그 1위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른 조 1위가 유력시되는 이란을 준결승에서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은 그 전초전 격이었다.
▶경기내용 어땠나
한국은 1쿼터부터 기습적인 하프코트 프레스와 2-3 지역방어를 쓰면서 카자흐스탄을 압박했다. 양희종과 양동근의 연속 3점포로 시작한 한국은 강한 수비로 카자흐스탄의 실책을 유도, 득점으로 연결했다. 기존 유재학호의 컨셉트인 압박수비에 의한 속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모습. 1쿼터는 단 5득점만을 내주며 20-5로 앞서갔다.
게다가 카자흐스탄은 한국의 2-3 지역방어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2쿼터부터 조금씩 양상은 바뀌기 시작했다. 센터 안톤 포노마레프(2m8) 드미트리 가브리로프(2m3)를 앞세워 골밑 득점을 성공시켰다. 자연스럽게 외곽에 찬스가 나면서 한국 수비를 흔들었다. 한국은 문태종과 김태술의 3점포, 그리고 속공으로 원활하게 공격을 풀어나갔다. 하지만 1쿼터같은 일방적인 리드는 아니었다. 전반전은 42-26으로 끝냈다.
3쿼터들면서 카자흐스탄은 골밑공격을 강화했다. 테크닉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높이와 파워를 지닌 카자흐스탄의 센터진은 우직하게 한국 골밑을 공략했다. 골밑이 약한 한국의 아킬레스건이 조금씩 드러났다. 4쿼터 7분2초를 남기고 카자흐스탄은 46-57까지 추격했다. 사실상 유일한 한국의 위기였다. 그러나 한국은 오세근의 연속 득점과 허일영의 3점포로 다시 점수차를 벌여나갔다.
골밑 수비는 여전히 문제가 있었지만, 외곽슛은 호조를 보이는 모습. 리바운드 수에서는 30대39로 뒤진 한국은 3점슛 성공률 43%(23개 시도 10개 성공)를 기록했다.
▶왜 2-3 지역방어를 계속 고수했나
이날 최대의 의문점. 한국은 줄기차게 2-3 지역방어를 고수했다. 카자흐스탄은 경기 초반 한국의 지역방어에 많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2~3차례의 패스에 오픈 3점슛 기회를 얻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그러나 유재학 감독은 끝까지 수비 변화를 주지 않았다. 유일한 승부처이자, 위기였던 4쿼터 초반 11점 차 리드 순간에도 그랬다.
이유가 있었다. 경기 후 유 감독은 "필리핀전을 대비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패한 필리핀은 한국 입장에서 꼭 넘어야 할 산이다. 때문에 최상의 조건에서 경기를 치를 필요가 있다. 2-3 지역방어를 계속 고수한 가장 큰 이유는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한국은 사흘 연속 경기를 치렀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팀 컬러는 아니지만, 필리핀전에서 모든 힘을 퍼붓기 위해서는 체력적 부담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2-3 지역방어는 그런 점에서 적격이었다.
한국은 필리핀전을 대비해 농구월드컵 이후 3-2 드롭존(외곽에 세 명, 골밑에 2명이 서는 3-2 지역방어의 변형으로 외곽 가운데 빅맨을 배치, 순간적으로 골밑으로 도움수비를 주는 수비 포메이션)을 추가했다.
유 감독은 "농구월드컵 이후 3-2 드롭존을 추가했는데, 선수들이 이 수비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테크니션이 즐비한 필리핀 가드진의 활동력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 2-3 지역방어보다 3-2 드롭존이 좀 더 효율적이라는 평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이란과 필리핀, 그리고 중국 등은 전력분석 요원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유 감독은 "3-2 드롭존을 먼저 보여주기 싫었다. 그래서 2-3 지역방어로 계속 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성=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