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한국의 대결이었다.
판을 짜는 적장이 한국인 감독이었다. 김판곤 홍콩 감독(45)은 경기 전 이광종 감독(50)과 만나 반갑게 악수했다. 하지만 적수는 아니었다.
한국 축구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8강에 올랐다. 이광종호는 25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홍콩과의 16강전에서 이용재(나가사키) 박주호(마인츠) 김진수(호펜하임)의 연속골을 앞세워 3대0으로 완승했다.
김 감독은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 이처럼 높은 속도의 경기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빠른 속도를 경험하면서 많이 성장할 것 같다"며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수준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결과에 만족한다. 앞으로 높은 수준의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홍콩은 전원이 수비를 펼쳤다. 전반전 슈팅수는 16대0이었지만 무득점이었다. 한국은 후반 3골을 터트렸다. 김 감독은 "전반에는 한국이 운이 없었다. 몇 차례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냈는데 결정하지 못했다. 10명이 다 박스 앞에 있는데 어느 팀이 안 어렵겠느냐. 한국 선수들이 잘 견뎌줬고, 극복했다"고 했다. 그리고 "페널티 박스 중심으로 여러가지 일어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 것이 잘 먹혔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홍콩 축구에 잔뼈가 굵다. 중경고 코치 2년을 거친 뒤 홍콩에서 플레잉코치로 4년을 더 뛰었다. K-리그에서 못다피운 꽃은 홍콩에서 만발했다. 2000년 인센트를 시작으로 더블플라워, 레인저스에서 활약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와 지도자로 이름을 날렸다. 홍콩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2005년에는 K-리그 부산 아이파크 수석코치로 부임했다. 두 차례 감독대행을 하면서 뛰어난 지도력을 선보여 '판곤매직'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009년에는 홍콩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동아시안게임(SEA) 우승, 2010년 동아시아컵 결선 진출의 역사를 쓰며 홍콩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그라운드에서 만나는 한국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2010년 동아시안컵에서 한국과 만났다. 한국을 만나면 반갑지 않다. 전력이 약한데 겨뤄서 내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준비가 안된 상황이다. 그래도 경험 측면에서 한국과 경기하면 한국이 수준높은 수준에 있다고 각인하게 된다"고 했다.
홍콩 축구의 인천아시안게임은 끝났다. 김 감독은 한국 축구의 선전을 희망했다. 그는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압박을 해서 좋을 것은 없다. 선수들은 오늘 좋은 정신력과 체력 등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국민들도 더 격려와 응원을 보내면 더 잘할 것이다. 이광종 감독도 그동안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의심할 필요가 없다. 더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고양=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