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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2년만에 다시 찾은 양학선의 집"사랑한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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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을 눈앞에 둔 9월 초, 전북 고창 남동마을 입구에 우뚝 선 '체조영웅' 양학선의 비석이 눈에 들어왔다. 런던올림픽 이후 2년만의 방문이다. 금메달을 따면 부모님께 집을 지어주겠다던 양학선의 약속은 지켜졌다. '체조영웅'이 금메달 꿈을 키웠던 비닐하우스 위쪽,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가장 높은 곳에 양옥집이 들어섰다. '2012년 런던올림픽 영웅 체조 양학선'이라는 플래카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집앞 웅덩이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있던, 아버지 양관권씨가 반색했다. "오신다기에 고기 좀 잡아주려고…. 여기 물반 고기반이여."

집앞 웅덩이는 '애틋한 부정'이다. 낚시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낚시터를 직접 만들었다. 붕어 잉어 숭어 메기 장어까지 없는 물고기가 없다. 아버지는 낚시터에서 잡아온 물고기를 집앞 웅덩이에 풀어놓는다. 아들이 집에 오면 마음껏 낚을 수 있도록. "우리 학선이는 낚시할 때도 보면 굉장히 끈기가 있어. 잡겠다고한 놈을 잡을 때까지는 꼼짝도 안해"라며 웃었다. "지난 5월 마지막으로 집에 왔을 때 메기를 잡겠다고 버티고 앉았다가, 안잡혀서 골을 내고 종일 난리가 났었제. 하하." 아버지는 능숙한 조사였다. '물반 고기반'이라는 웅덩이에서 잉어 9마리를 순식간에 낚아올렸다. 어머니 기숙향씨가 매운탕을 끓여주겠다며 집앞 텃밭에서 연한 파를 쑥 뽑아올렸다. 2년새 3마리였던 흑염소는12마리로 늘었는데, 엉덩이가 토실하던 토끼들은 삵쾡이가 내려와 다 물어죽였다고 했다. 방울이, 아롱이, 살집통통한 고양이와 애완견 순돌이는 새식구가 됐다.

비닐하우스 시절이나, 양옥집 시절이나 넉넉한 인심은 여전했다. 어머니 기씨는 "살림이 조금 나아졌다고, 간혹 변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다시피 변할 게 뭐 있어, 사는 건 다 똑같지"라며 웃었다. 방3개에 욕실 하나, 마루가 딸린 집이다. "학선이는 욕실을 보고 제일 좋아하더라. 재래화장실을 썼었으니까." 비닐하우스집에 올망졸망 엮어놓았던 메달, 상패, 사진은 마루에 장을 짜서 잘 정돈해뒀다. 사진과 메달 앞엔 아버지의 소망이 담긴 '종이학'이 가득했다. 솜씨좋은 아버지는 잠 오지 않는 밤이면 몇날 몇일이고 학을 접는다. 아들을 위한 간절한 마음이다 .

어쩌다보니 또 비닐하우스 집 얘기가 나왔다. 아버지는 "나는 저거 없애버리고 싶어" 한다. 아비로서는 처자식 고생한 흔적을 볼 때마다 가슴아프다. 어머니가 손을 내저었다. "하우스는 우리 학선이가 금메달을 딴 명당인데, 잘 보존해야제, 학선이 사진이랑 기사도 좀 갖다 붙여놓고." 양학선의 비닐하우스집은 '명소'가 됐다. 인근 천주교 성지를 찾는 관광객들이 마을 입구 양학선 비석을 보고 불쑥불쑥 찾아온다. "맘대로 외출도 잘 못해. 양학선 집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헛걸음치게 할 순 없잖아." 아들을 보러온, 낯선 손님들에게 음료수를 대접하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 달라진 부부의 일상이다.

'보글보글' 매운탕이 끓자 휴대폰이 울렸다. 부부의 얼굴이 환해졌다. 매일 오후훈련이 끝나면 살가운 막내아들 양학선은 어김없이 전화를 한다. 아버지가 전화를 건네받았다. "학선아, 아프지 말고, 괜찮아 괜찮아. 그냥 연습하던 대로, 늘 하던 대로만 해. 그럼 니는 무조건 된다."

2010년광저우아시안게임, 2011년 도쿄세계선수권, 2012년 런던올림픽, 2013년 앤트워프세계선수권까지 지난 4년간 단 한번도 정상을 놓치지 않은 '도마의 신' 양학선은 25일 인천아시안게임 도마 2연패에 도전한다. '북한 도마의 신' 리세광과 맞대결을 펼친다. 편도염, 식도염에 햄스트링 부상까지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또다시 가장 어려운 도전을 선택했다. 세상에 없는 난도 6.4의 기술 '양학선'과 '리세광'이 처음으로 맞붙는다.

식사후 둘러앉은 TV 앞, 마침 '남북 도마의 신' 양학선과 리세광을 비교하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담소를 나누던 부부가 뉴스에 귀를 쫑긋 세웠다. 어머니가 말했다. "저 애기도 아주 잘한다던데….. 우리 학선이하고 똑같이, 아주 어려운 기술을 뛴다던데…. 그래도 나는 우리 아들 믿으니까." 하얀 도화지에 '사랑한다 우리아들!'을 또박또박 써내려간 후 어머니는 환하게 웃었다 . 고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