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기간 LG 트윈스는 잠실의 성자?
LG가 자신들을 희생하며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적극 협조를 하고 있다. 무슨 사연일까.
LG는 지난 18일 잠실구장에서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 출전하는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가졌다. 이 연습경기는 케이블 채널을 통해 생중계 되고 팬들이 유료입장을 할 정도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의 연습경기 제안에 양상문 감독이 흔쾌히 응했고, LG는 경기 당일 대표팀이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투입하는 등 열심히 돕는 모습이었다.
사실, 밖에서 보기에는 아시안게임 휴식기간, 대표팀과 연습경기 하는게 뭐 그렇게 어렵냐고 쉽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말 그대로 부담스럽다. 판이 커진 경기에 주축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으면 성의없게 경기를 한다고 질타를 받을 수 있고, 그렇다고 이를 악물고 하자니 대표팀의 사기를 떨어뜨리려 하는 것 아니냐며 손가락질을 당할 수도 있었다. 만에 하나 대표팀에서 부상자라도 발생한다면 LG는 역적으로 몰릴 수도 있었다. 타 구단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양상문 감독님이 정말 큰 결단을 내리셨다"라고 입을 모은 이유다. 양 감독은 "대표팀 금메달 획득을 위해서는 당연히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별 일 아닌 것처럼 얘기했다.
그런 LG가 또 한 번 큰 양보를 했다. 사실 25일 잠실구장에서는 오후 12시 30분부터 LG와 KT 위즈의 연습경기가 잡혀있었다. 휴식기 동안 몇 차례 치르지 못하는 연습경기이기 때문에 매우 소중한 실전 기회였다. 하지만 LG는 KT의 양해를 구해 하루 전 경기 장소를 2군 훈련장인 이천 챔피언스파크로 변경했다. 이유가 있었다. 연습경기가 열릴 시점이던 25일 잠실구장에는 아침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최한 구장 유지 보수 클리닉 일정이 진행됐다. 사실 24일 이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24일 오전 서울에 비가 내려 행사가 하루 연기됐다. 물론, LG의 연습경기 일정도 매우 중요하지만 미국에서 강사를 초청하는 등 행사 일정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KBO가 LG에 양해를 구했고, 양상문 감독이 다시 한 번 배려를 하면서 행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
이날 행사는 프로구단 10개팀 구장 관리 담당자들이 모두 모여 선진 구장 관리 시스템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날 교육이 향후 더 좋은 경기장을 만드는데 큰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