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한국 야구대표팀의 B조 예선 두 번째 경기 대만전이 열린 24일 인천 문학구장.
대만은 선발 왕야오린과 구원투수 쩡카이원이 9점을 내주자 2회말 2사 1,3루서 왼손 투수를 불러올렸다.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천관위(24)였다. 천관위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후즈웨이, 쟝샤오칭과 함께 대만을 대표하는 에이스급 투수다. 올시즌 1군서는 1경기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2군 16경기에서 3승4패, 평균자책점 2.34를 올렸다. 직구 구속은 140㎞대 초반이며, 다양한 변화구와 안정적인 제구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 타자들은 천관위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던 2회 2사 후부터 6회까지 단 한 점도 추가하지 못했다. 한국전을 벼르고 있었던 대만 루밍츠 감독이 천관위를 선발로 내보내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였다. 4⅓이닝 동안 4안타 5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였다. 천관위는 지난 22일 홍콩과의 경기에서도 선발로 3이닝 퍼펙트 투구를 펼친 적이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7⅓이닝 4안타 무실점을 기록중이다.
그런 천관위와 인연이 깊은 선수가 한국 대표팀 타자중 한 명 있다. 바로 강정호다. 강정호는 이날 1회말 첫 타석에서 승부를 사실상 결정적인 3점홈런을 터뜨렸다. 하지만 강정호는 천관위를 상대로는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4회에는 3루수 땅볼로 물러났고, 6회에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강정호가 천관위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이다. 당시 강정호는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천관위를 상대로 홈런을 뽑아냈다. 4-1로 앞선 3회초 천관위를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좌중간 120m짜리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이후 강정호는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이번 아시안게임까지 대만전에서 연거푸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대만 킬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강정호는 올초 천관위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지난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때 연습경기에서 만났다. 당시 천관위는 2군에 있었지만, 1-2군 합동 캠프였던 까닭으로 두 사람은 4년만에 재회해 악수를 나눴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천관위에 관한 질문을 받자 강정호는 "내가 일본에 갔을 때 천관위는 2군 소속이었다. 오늘 보니 많이 늘었더라"고 칭찬을 하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천관위에게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지만,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의 실력을 인정했다.
천관위 역시 "올초 스프링캠프에서 넥센과 연습경기를 했었는데, 그때 강정호를 만났다. 매우 친절하게 날 대해줬다"고 기억한 뒤 "오늘도 경기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밝게 웃었다. 둘은 믹스트존에서 다시 만나자 서로의 등을 쳐주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에 패한 대만은 B조 2위를 확정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 A조 1위가 유력한 일본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대만은 결승에 오를 경우 천관위를 선발로 내세울 공산이 크다. 강정호와 또다시 대결을 벌일 수 있다는 의미다. 광저우아시안게임과 이날 조별 리그전에 이어 세 번째 맞대결이 되는 셈이다. 지난 두 차례 대결에서 서로 펀치를 교환했으니, 결승전서 최종 승부를 벌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