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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남자농구 금메달 위해'통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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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밥이 정말 중요한건데..."

통밥이라고 하면 속어같이 보일 수 있는 단어다. 하지만 국어사전에도 명백히 기재가 돼있다. '어떤 문제에 있어서 어떠한 과정이나 방법을 거치지 않고 임의대로 찍어넘기는 것을 말한다'라고 설명이 돼있다. 어떤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정석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나름의 노하우로 넘기는 능력을 갖추면 '통밥이 있다' 정도로 해석을 할 수 있겠다.

갑자기 왜 통밥 얘기를 하느냐.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남자 농구 대표팀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남자 대표팀은 24일 복병 몽골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90대67로 승리하며 첫 승을 거뒀다. 점수차만 놓고 보면 대승을 거둔 듯 보이지만, 전반에는 몽골의 페이스에 말리며 대등한 경기를 해 걱정을 사기도 했다.

사실 남자 대표팀의 경우, 12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고 하지만 대회 시작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타 구기 종목과 비교해 경쟁 국가들에 비해 월등한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 센터 하다디가 버티는 이란이 최강으로 꼽히고, 필리핀도 무서운 경쟁상대다. 젊은 선수 위주의 팀 구성이라지만 중국은 전통의 강호다.

여기에 한국은 농구월드컵에 참가해 예선 5전 전패를 당하며 세계의 벽을 실감하고 왔다. 이 후유증이 생각보다 컸다. 선수들이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아시안게임에서 상대할 국가는 월드컵과 달리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이지만, 현재 대표팀에는 상대 전력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을 찾고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게 급선무다.

이런 과정에서 유재학 감독은 통밥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21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LG 세이커스와의 마지막 연습경기를 앞두고였다. 상대팀 김 진 감독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을 이끌어 금메달을 따냈던 명장. 때문에 김 감독의 이런저런 조언이 유 감독에게는 큰 힘이 되는 순간이었다.

두 명장의 대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바로 통밥이었다. 두 감독은 이 단어의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서로 공감하고 있었다. 2002년 대표팀과 현 대표팀을 비교했을 때, 선수들의 면면이나 전력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지만, 이 통밥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당시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서장훈 이상민 문경은 전희철 현주엽 등 한국 농구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련한 멤버들에 김승현 김주성 등 능력있는 젊은피들이 가담하며 최고의 팀 구성을 이뤘다. 김 진 감독의 말에 따르면,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멤버들은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이 발생해도 코트 위에서 서로 눈빛을 맞추며 단숨에 대처 방안을 찾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이게 바로 통밥이다.

하지만 현재 대표팀은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은 뛰어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고 프로농구 활성화 이후 한정된 역할만 주로 수행해 위기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다. 특히, 전포지션 선수 1명이 상대 수비수 1명을 쉽게 따돌릴 수 있는 개인기를 갖추거나, 아니면 문경은과 같이 3점슛 하나로 상대에 엄청난 위협을 줄 수 있는 능력들이 부족해 압박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는 분석도 곁들여졌다.

몽골전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예상치 못한 거친 압박수비에 선수들이 초반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나마 한 차원 높은 속공 능력과 개인기를 갖춘 김선형이 등장해 경기 흐름을 바꿔 후반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한국이 이번 대회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소극적으로 플레이하기 보다는,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기량을 쏟아내는게 중요하다. 그럴 능력이 없는 선수들이라면 기대를 안하겠지만, 우리 선수들은 충분히 금메달을 목에 걸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