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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한국-대만의 결정적 차이, 타구 질과 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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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인정하고, 경계심을 가지며 방심하지 않고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은 매우 좋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대만을 상대하기 전 그랬다. 대만 선수들이 젊은 유망주 위주로 구성됐다고 하지만,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이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예선 경기가 열린 24일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현격한 실력 차이를 드러냈다. 10대0 8회 콜드게임승. 대만은 경기 초반 어이없는 수비 실책들을 저질렀고, 한국은 이를 빌미로 홈런포 3방을 포함해 2회까지 대거 9득점하며 경기를 가져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투수들의 힘. 투수들이 마음 먹고 던지자 대만 타자들은 쉽게 한국 투수들의 공을 건드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큰 실력 차이에도 왜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었을까. 육안으로 보기에는 우리를 위협할 만한 괜찮은 실력을 가진 선수들로 보였기 때문이다. 대만 투수들은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들이 수두룩하다고 했고, 실제 대회 전 비디오를 지켜본 결과 상대 타자들을 압도할 만한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들이 많았다. 타자들, 특히 병역 의무를 수행하지 못해 이번 대회 꼭 금메달을 따야하는 젊은 타자들은 이 비디오를 보고 한동안 '멘붕'에 빠지기도 했다. 한 선수는 "비디오를 보니 단숨에 긴장이 몰려왔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예선전을 통해 본 전력도 만만치 않아보였다. 약체이긴 하지만 홍콩과 대만에 2연속 콜드게임승을 거뒀는데, 타자들이 어느정도 힘도 갖추고 컨택트 능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코 만만히 볼 선수들이 아니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며 또다시 대표팀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양팀의 예선전 경기는 프로와 고등학생 간의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한국 선수들의 힘이 경기를 좌지우지 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국 선수들의 기록되지 않는 타구 질과 구위가 경험이 부족한 대만 선수들을 압도했다는 뜻이다. 같은 145km의 직구라도 가볍게 날려 들어오는 속구와 공 끝에 힘이 실린 공은 엄청난 차이가 있고, 같은 플라이, 땅볼 타구라도 한국 타자들에 의해 힘이 실린 타구는 상대 수비수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대만의 경우 1회말 좌익수 쟝즈시엔이 박병호의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 타구를 놓치는 순간 악몽이 시작됐다. 이 타구가 2루타가 되며 2-0 무사 2, 3루 찬스가 이어졌고 힘이 빠진 투수 왕야오린은 곧바로 강정호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쟝즈시엔은 이어진 플레이에서 좌측 펜스 근처에 떨어지는 파울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선수다. 태국 선수와 같이 평범한 플라이를 놓칠 실력의 선수가 아니었다. 강팀 한국을 상대로 긴장한 탓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박병호의 타구가 외야수 입장에서는 다른 플라이 타구와 비교해 낙구 위치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3회말 선두타자 민병헌의 중전안타도 그랬다. 민병헌이 강력하게 받아친 공이 유격수 판즈펑쪽으로 향했는데, 타구에 힘이 실려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로 날아갔다. 판즈펑은 이 타구의 바운드를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흘려보내 안타로 만들어주고 말았다. 한국 대표팀 3루수 김민성이 5회초 수비에서 주리런의 강습 타구를 아주 여유있게 잡아내 5-4-3 병살타로 처리하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대만은 경기 후반 필승 불펜이 뤄지아런을 투입해 구위를 점검했다. 뤄지아런은 157km의 강속구를 뿌려 현장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뭐가 대수냐는 듯 안타로 연결시키는 모습이었다. 차라리 140km 후반대의 구속이었지만 구질에서 차원이 다름을 선보인 양현종의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더욱 무서워보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