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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엄마검객' 남현희 , 하이에게 금메달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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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검객' 남현희(33·성남시청)는 뒤로 물러섰다. 32-27, 여유있는 리드 속에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경기가 끝나자 후배들에게 뛰어갔다. 금메달. 서로 얼싸안았다. 아시안게임 개인전 3연패 실패의 아쉬움을 단체전 금메달로 보상받았다.

한국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 대표팀은 24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중국을 32대27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표팀 '맏언니' 남현희는 오하나(29·성남시청), 전희숙(30·서울시청), 김미나(27·인천 중구청) 등 후배들을 이끌고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었다. 특히 2라운드에선 폭발적인 공격으로 중국의 추격을 멀찌감치 떨어뜨리는데 앞장 섰다.

이로써 여자 플뢰레 대표팀은 지난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5연패를 달성했다. 간판 스타 남현희는 2002년 부산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4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앞서 열린 개인전에서 남현희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전희숙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남현희에게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그 어느 때보다 남달랐다. 훈련중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다.무릎에 찬 물을 빼내고, 두꺼운 테이핑으로 고통을 꾹꾹 눌러 감싼 채, 눈부신 투혼을 발휘했다.

지난해 4월 딸 하이를 출산한 남현희의 부활은 놀랍다. 지난해 10월 훈련을 재개한지 한달반만에 후배들을 줄줄이 제치고 국가대표선발전 2위에 올랐다. 베이징올림픽 여자 개인전 최초의 은메달리스트, 런던올림픽 단체전 동메달리스트인 남현희는 '하이엄마'가 된 후 더 강인해졌다. 자랑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 나이로 34세이지만, 후배들에게 훈련량, 경기력, 정신력에서 한치도 밀리지 않았다. 태백, 제주 전지훈련에서도 이를 악물고 달렸다. 대한펜싱협회 임원진, 코칭스태프도 혀를 내두렀다.

어린 후배들이 거침없이 치고 올라오는 스포츠 세계에서 '엄마' 국가대표의 길은 험난하다. '여자 펜서'로는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을 먼저 걸어가는 만큼 어깨도 무거웠다. 주변의 배려보다 스스로 한발 더 뛰는 길을 택했다. 1m57의 작은 키, 220㎜의 작은 발로 세계를 제패한 독종 '땅콩검객'은 가족의 힘을 등에 업고 더 맹렬히 달렸다.

2002년 부산 대회 당시 스물한살, 철없던 막내였던 남연희는 이제 팀내 고참이 됐고, 집에선 자랑스런 엄마가 됐다.

베테랑의 노련미, 엄마의 힘으로 4번째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주말 외박 때마다 훌쩍 자라있는, 그래서 더 미안하고 고마운 17개월 된 딸 하이에게 금메달을 선물하는 것이 목표였다. 마침내 단체전에서 금빛 목걸이를 딸에게 걸어주게 된 엄마는 행복하기만 했다.

고양=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