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개막 전, 야구 대표팀 류중일 감독을 가장 속썩인 선수는 바로 강정호였다. 강정호는 대표팀 소집 전 프로 경기에서 실전을 전혀 치르지 못했다. 강정호는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홈에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도중 오른 엄지 손가락을 다쳤다. 이후 18일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 전까지 전혀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실전 뿐이 아니었다. 배팅 훈련 조차도 제대로 소화를 못했다. 때문에 류 감독은 "공-수에서 강정호가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 강정호의 컨디션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매일같이 말했다. 하지만 국내 최고 유격수로 거듭난 강정호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던 류 감독이었다. 강정호가 LG전에서 3안타를 몰아치고,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류 감독은 그나마 걱정을 던 채 아시안게임을 맞이할 수 있었다.
강정호가 정말 중요한 순간 류 감독에 제대로 보은을 했다. 강정호는 2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예선 B조 대만과의 경기에서 2-0으로 앞서나간 1회말 한국쪽으로 승기를 완전히 가져오는 스리런포를 터뜨려 10대0 8회 콜드게임승을 이끌며 이날 경기 영웅이 됐다. 사실상의 조 1, 2위 결정전. 초반 기선 제압이 중요했는데, 강정호의 홈런 한 방에 대만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강정호는 2-0, 무사 2, 3루 찬스서 상대 선발 왕야오린을 상대로 좌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완전히 힘으로 공을 밀어내 담장을 넘겼다. 포물선이 매우 높았기에 힘이 부족했다면 담장 앞에서 잡힐 수 있었다. 손가락 부상에서 말끔히 회복했음을 알리는 장면이었다.
강정호가 대회 첫 홈런포를 터뜨리자, 봇물 터지듯 홈런과 안타가 터져나왔다. 오재원과 박병호가 홈런쇼에 동참했다. 대만은 강정호의 홈런포 포함, 1회와 2회 한국 타자들에게 무더기 홈런, 안타를 허용하며 9점을 내준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중요한 경기를 잡게 해준 홈런이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고지 정복의 지름길로 인도하는 홈런이었다.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나는지, 중국을 만나는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본인도 이 홈런의 의미를 알았는지, 프로 무대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화려한 세리머니를 그라운드를 돌며 보여줬다. 수많은 홈런을 쳤지만, 늘 묵묵하게 그라운드를 돌았던 강정호다.
또 하나, 이날 경기 승리 뿐 아니라 남은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활약을 기대케하는 홈런이기에 의미가 컸다. 이제 시작이다. 정말 중요한 경기는 금메달 획득이 결정되는 결승전이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