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와 이승엽이 만났다.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명예로운 투수와 타자로 기억되는 두 사람. 한 때 일본 오릭스에서 한솥밥을 먹던 선·후배는 선수가 아닌 해설자로 짧지만 임팩트 있는 만남을 가졌다.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대만전이 열리는 24일 문학구장. 박찬호는 SBS 해설위원으로, 이승엽은 KBS 해설위원 신분으로 야구장을 찾았다. 유니폼 대신 해설용 정장 차림으로 조우한 두 거물. 만남은 후배 이승엽이 인사 차 선배를 찾아오면서 이뤄졌다. 정우영 캐스터, 이순철 해설위원 등 SBS 중계팀과 함께 문학구장에서 도착한 박찬호는 중계부스에서 최근 대만 경기 영상을 보며 전력분석 중이었다. 선배의 도착 사실을 전해 들은 이승엽은 SBS 중계부스로 박찬호를 찾아왔다. 후배의 깜짝 방문에 박찬호는 크게 반가워하며 근황을 묻는 등 환담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이승엽은 최근 전화 연결 실패에 대한 해명(?)도 했다. 박찬호가 건 전화를 받지 못한 데 대해 이승엽은 "경기를 앞두고 연습 중 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박찬호는 이승엽 선수의 손을 꼭 잡고 "중계방송 지켜볼게, 매끄럽게 진행 잘해"라며 우정을 담은 당부를 전했다.
앞서 박찬호는 KBS 객원 해설을 맡은 이승엽을 언급하며 "한국에 와서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더라. 벌써 경쟁 모드에 돌입한 것 같다"는 농담을 던진 바 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승엽은 "시합 준비 중이어서 못 받아 콜백을 했는데 연결이 안됐다"고 설명했다.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 획득을 위한 중요한 일전인 대만전. 한국야구 투-타의 레전드 박찬호와 이승엽의 해설 경쟁이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