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스포츠에서 인기스포츠로 가고 있는 것같다."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정진선(30·화성시청)은 20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에페 결승에서 '한솥밥 후배' 박경두(30·해남군청)를 꺾고 개인전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하-광저우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개인전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정진선은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에 감사를 표했다. 주말 오후 남자에페 정진선 박경두, 여자사브르 이라진 김지연이 동반결승 진출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실시간으로 타전됐다. 인근 고양시민들과 펜싱팬들이 가족들과 함께 고양실내체육관 매표소앞에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정진선은 감개무량해 했다. "펜싱경기장에 관중들이 줄을 늘어선 모습을 처음 봤다. 근처에 콘서트가 열린 줄 알았다. 깜짝 놀랐다. 국민들이 이제 펜싱을 보러 와주신다는 것이 뿌듯하다. 비인기종목에서 인기종목으로 가고 있는 것같다." 1년 열두달 양구, 해남, 김천 등 지방을 오가며 10여 개의 대회를 치르지만 관중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금메달 2개, 은메달1개, 동메달 3개를 따낸 런던올림픽 이후에도 경기장에서 관중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안방' 인천아시안게임, 고양체육관에서 '세계2강' 펜싱은 인기종목이었다. 이날 고양에선 2000여 명의 실관중이 한목소리로 "대~한민국"과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손길승 대한펜싱협회장(SK텔레콤 명예회장)과 회장사 SK텔레콤의 펜싱 흥행을 위한 열정과 노력이 빛을 발했다. 손 회장은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펜싱 티켓 6000장을 구입했다. 펜싱계 개혁을 위해 지난달 전국 14개 시도 연맹을 돌며 현장 경영에 나선 손 회장은 구입한 티켓을 각 연맹에 고루 분배했다. "반드시 경기장에 와야 한다. 티켓만 받고 현장에 오지 않으면 페널티를 물리겠다"는 점잖은 엄포(?)도 잊지 않았다. 이날 오후 결승에 오른 '땅끝 펜서' 박경두를 응원하기 위해 해남군수와 전남펜싱연맹 임직원들이 급상경했다. '회장님'도 솔선수범했다. 회장사 SK텔레콤은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펜싱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펜싱 재미있게 보기. 펜싱 이것만 알면 재밌다'는 동영상을 찍어올렸다. '플뢰레 에이스' 남현희 허 준, '에페 에이스' 신아람 정진선, '사브르 에이스' 김지연 구본길이 직접 펜싱을 소개하며, 펜싱 팬들에게 한발 가까이 다가섰다. 열혈응원단 30명도 모집했다. 펜싱 전경기에 참석해, 현장 응원을 주도하도록 했다. 티셔츠를 똑같이 맞춰입은 이들은 일사불란한 응원으로 피스트의 흥을 돋웠다. 칠순의 손 회장은 열혈응원단의 중심에 섰다. 붉은색 상의를 입고 청년 서포터들과 함께 사이에 앉아 "정진선!" "박경두!" "김지연!" "이라진!"의 이름을 목청껏 외쳤다. 2년전 영국 런던 액셀아레나에서 일주일 내내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며 '펜싱2강' 신화를 진두지휘한 회장님의 열정은 여전했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