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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본 '리틀 메시' 이승우의 경기력, 진짜 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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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한국 축구에서는 수많은 '별'이 떴다 금새 떨어졌다. 초·중·고교 때 '공 좀 찬다'는 말을 들었던 선수들의 성장이 정체된 것이 문제였다. 연령별 대표를 거친 선수들이 A대표팀의 문턱을 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향후 10여년간 한국 축구를 이끌 새로운 별이 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스팀 후베닐 A 소속의 공격수 이승우(16)다. 세계에서 축구를 잘한다는 유소년들만 모아놓은 명문 클럽의 유스팀에 스카우트돼 잘 성장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주목받을 만 하다. 여기에 한국 축구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그의 뛰어난 기량이다. 작은 몸집에도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수들을 농락하는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축구 천재'로 불렸던 이천수(인천)와 박주영의 16세 때 기량을 뛰어넘는다는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이승우 신드롬'이다. 국내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덤덤했다. 이승우는 "부담이란 없다. 많은 관심이 기쁘다. 더 좋은 선수가 되서 보답하려고 한다"고 했다.

▶진짜 잘하나?

'천재형 공격수' 이승우의 기량을 우선 객관적으로 짚어보자. 20일 태국 방콕에서 펼쳐진 북한과의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결승전 현장에서 이승우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봤다. 한 마디로 '공을 잡으면 무서운 선수'였다. 공격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우선 피봇(등을 지고 공을 잡은 뒤 돌아서는 기술)과 퍼스트 터치 능력이 좋았다. 탄탄한 기본기를 엿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개인기가 갖춰진 돌파 능력이었다. 패스의 흐름을 끊지 않았다. 그대로 돌파로 이어갔다. 여기에 타이밍을 빼앗는 개인기로 수비수들을 제치는 능력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간 한국 공격수들은 개인기를 이용해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대로 벗겨내기도 힘들었다. 이승우는 스피드와 피지컬로 버티던 한국 공격수들의 과거상에서 벗어난 공격수였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5골), 2관왕을 차지했다. 아시아무대는 그에게 좁았다. 동급 레벨을 넘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얻은 경험이다. 그는 "바르셀로나에서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카타르 21세 이하 선수들과 경기를 한다. 이번 대회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 부분이 나에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A대표팀에서도 통할까

이승우의 목표는 일단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칠레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이다. 자신감에 차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아쉬웠던 부분만 1년간 보완한다면 내년 월드컵에서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년 뒤 이승우는 18세가 된다. 이같은 성장 추세라면 충분히 A대표팀 발탁도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18세 59일의 나이로 잉글랜드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던 마이클 오언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 이승우는 "한국 선수라면 국가대표는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A대표팀의 태극마크를 달고싶다. 준비만 하고 있다.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전에 키가 좀 더 커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바르셀로나 1군의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이승우는 "내 꿈은 1군에서 뛰는 것이다. 3~4년 안에 이뤄야 한다. 더 빨라진다면 영광"이라고 말했다.

▶보완할 점은 많다

'공을 잡으면 무서운 선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공을 잡기 전 움직임은 반드시 보완해야 할 점이었다. 결승전에서 한국이 부정확한 패스로 고전할 때 이승우의 부족한 움직임이 아쉬웠다. 수비수들을 미드필드로 끌고나와 북한 수비진을 흔들어주는 움직임이 약했다. 공이 오지 않으면 어슬렁거리며 상대 수비수에게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공격 전개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패스의 정확도를 높이는 능력도 필요해 보였다. 특히 이번 대회 최진철 감독은 이승우에게 수비적 능력을 많이 강조했다. 이승우도 인정했다. 마인드컨트롤도 더 배워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집중견제를 받자 경기 막판에 흥분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냉정함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지만, 흥분해서는 안된다. 겸손을 지적하는 지도자들의 조언도 잘 새겨들어야 한다.

방콕(태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