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한국 축구에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이 탄생할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52)이 도전에 나선다.
정몽규 회장은 21일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이 열린 태국 방콕에서 국내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FIFA 집행위원 선거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정몽규 회장이 마음의 결정을 한 것은 최근 정몽준 FIFA 명예 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다. 당시 정몽규 회장은 FIFA 집행위원 선거 출마 여부를 묻는 정몽준 부회장의 질문에 머뭇거렸다. 이 때 정몽준 부회장의 한 마디가 정몽규 회장의 결심을 도왔다. "24명의 FIFA 집행위원을 하지 않으면 209분의 1(FIFA 가맹국 209개국)에 불과하다."
정몽규 회장은 더 큰 그림을 그렸다. 특히 현재 한국에 세계 축구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가 전혀 없다는 것도 정몽규 회장의 책임감을 높였다. 그는 "협회 회장을 맡은지 얼마되지 않아 FIFA 집행위원에 대한 중요성을 잘 몰랐다. 출장 때 비행기 좌석 등급만 달라질 뿐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FIFA에 한국 축구를 대변하는 조력자가 있으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FIFA 집행위원 선거는 내년 5월 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릴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치러진다. FIFA 집행위는 월드컵이 열린 다음해 회장 1명, 부회장 8명, 집행위원 15명 등 총 24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FIFA 집행위원의 쿼터는 각 대륙연맹에 차별적으로 분배된다. AFC에 배정되는 집행위원은 4명이다. AFC 회장은 FIFA의 당연직 부회장으로서 집행위원을 겸하게 된다. 나머지 3명은 47개 AFC 회원국 수장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현재 타지마 고조 일본축구협회 부회장만이 FIFA 집행위원 선거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상태다. 정 회장은 일본, 중동 후보와 다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선출된 뒤 발빠르게 AFC 내에서 입지를 쌓아갔다. 자신감이 넘친다. 그간 축구계에서 쌓은 노하우로 짧은 협회장의 경력과 국제대회의 부진한 성적 등을 이유로 들어 견제하는 세력을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몇 가지 이유로 나를 견제하는 세력들이 있더라. 그래서 나는 충분히 그들에게 어필했다. '나는 프로축구연맹 총재도 역임했었고, 클럽팀 구단주로 오래 활동했다. 무엇보다 사업가로서 아시아축구 발전을 위해 더 나은 마케팅을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FIFA 집행위원회는 축구계의 막강 권력을 가진 기구다. 월드컵 본선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의 개최지, 일정, 방식 등을 결정하는 의결기구다. 또 FIFA 회장 선거 투표권을 쥐고 있고, 축구 경기의 규칙을 개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에 파견할 FIFA 대표 선임이나 FIFA 사무총장을 해임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정몽준 FIFA 명예 부회장이 1994~2011년 FIFA 부회장 겸 집행위원으로 활동했다.
방콕(태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