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10m공기권총 은메달을 따낸 정지혜(25·부산시청)는 전화위복의 상징이었다.
정지혜는 인천 문학초등학교 시절 단거리 육상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인천여중 입학 직후 아킬레스건을 다쳤다. 육상을 그만두었다. 관교여중으로 전학했다. 거기에서 사격에 입문했다.
새로운 운동인 사격에서 승승장구했다. 중학겨 3학년 때 소년체전에서 입상했다. 인천 옥련여고 1학년 여름에는 주니어 대표로 선발됐다. 실업 2년차인 2009년 성인대표팀에 발탁됐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2011년 대상포진이 발병했다. 만성 근육통과 위경련이 겹쳤다.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그 해 운동을 그만두었다.
1년 2개월간 방황했다. 치료를 위해 병원과 한의원을 다녔다. 스포츠브랜드 매장의 아르바이트생으로도 일했다. 그러던 중 공허함을 느꼈다. 결국 2012년 5월 서울시청에 입단하며 사격계로 다시 돌아왔다.
휴식은 약이 됐다. 성적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총을 잡았다. 복귀 2달만인 2012년 6월 한화회장배 사격에서 단체전 비공식 세계기록(1165점) 작성에 힘을 보탰다. 그해 대표선발전을 통과하며 5년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인천아시안게임 직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서 사고를 쳤다. 10m 공기권총 본선에서 8위로 결선에 올랐다. 큰 기대는 없었다. 6위안에만 들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설 수 있었다. 6위가 목표였다. 하지만 정지혜는 결선에서 197.4점을 쏘며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최초 여자 10m 공기권촌 정상이었다.
상승세는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졌다. 세계 제패에 이어 아시아에서도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