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이 공존한다.
그라운드에는 각본이 없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하지만 휘슬이 울리기전까지는 '쇼'다. 팬들을 경기장으로 유혹할 수 있다면 '쇼'는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난달 23일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갔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밀집모자에 사냥총을 들었다. 총구는 '독수리'를 겨냥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이다. '독수리'의 반응이 재치만점이었다. "한방 제대로 먹었다. 그런데 최강희 감독님 총은 연발이 안된다. 한 발만 쏠 수 있는 구식이더라. 심장만 관통되지 않는다면 계속 맞붙을 수 있다. 나는 방탄복을 입고 하늘로 올라가 있으면 된다."
스토리가 있는 곳에 팬들도 화답했다. 그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무려 3만597명이 운집했다. 올시즌 전주월드컵경기장 최다 관중 기록이다. 2010년 이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서울의 클래식 경기 평균 관중 1만7522명의 1.74배였다. 결국 방탄복이 더 위력적이었다. 서울이 윤일록의 '버저비터 골'을 앞세워 전북을 2대1로 제압했다. 전북의 10경기 연속 무패행진(7승3무)이 마감됐다.
두 '崔 감독'이 다시 맞닥뜨린다. 또 '완산벌'이다.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7라운드, 20일 오후 2시 휘슬이 울린다. 이번에는 서울이 제대로 상승세를 탔다. 전북을 보약삼아 정규리그 7경기 연속 무패(6승1무) 중이다. 그 때는 그룹B의 영역인 7위였다. 이젠 5위(승점 41)로 올라섰다. 전북은 서울전의 후유증이 있었다. 연패를 당했다. 최근 3경기에선 2승1무를 기록하며 다시 정상궤도 올랐다. 선두(승점 51)를 질주하고 있다.
홈인 전북이 다시 쇼를 시작했다. 키워드는 '받은만큼 돌려준다'. 최강희 감독과 최용수 감독이 등장하는 합성 사진도 다시 제작해 공개했다. 최강희 감독의 사냥총은 업그레이드됐다. 최용수 감독의 자극에 연사가 가능한 'M4'로 바꾸었다. 저격용 스코프도 장착했다. 반면 최용수 감독은 '텐백'이라고 적혀 있는 방독면을 꺼내들고 있다. 스리백인 서울의 수비 전술을 조롱했다.
서울은 여전히 살인적인 일정이다. 17일 웨스턴 시드니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전을 치렀다. 득점없이 비겨 원정 2차전(10월 1일) 발걸음이 무겁지만 희망은 넘친다. ACL을 위해 힘을 빼야 한다. 전북전의 경우 로테이션이 불가피하다. 1.5군에 가까운 역습조를 가동한다.
최강희 감독은 "두 번 아픔은 없다"고 했다. "전북과 서울이 정점에서 만난다. 이젠 서울을 눌러줄 때가 됐다." 전북은 서울이 밉다. 최근 5경기 연속 무승(3무2패)이다. 최용수 감독은 전북의 도발이 반갑다. "짓밟을 때가 됐다면 짓밟아라." 짓밟을수록 더 단단해지고, 꼿꼿이 일어서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무장했다. 서울은 올시즌 초반 11위까지 추락했지만 최근 ACL과 FA컵을 병행하는 최악의 상황에도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다.
전북은 이번에도 3만 관중에 도전한다. '캡틴' 이동국은 "지난 서울전에서 3만명 홈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잊을 수가 없다. 패배를 당해 죄송했다. 다시 한번 경기장을 채워 응원해주시면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닥공(닥치고 공격)'과 '스리백', 결코 양보는 없다. '崔의 전쟁'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리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