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케미'보다 더 달콤한 '남남 케미'가 안방극장 여심을 공략하고 있다.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연적이든, 진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이든, 관계는 중요치 않다. 뛰어난 연기호흡으로 '브로맨스'를 완성한 남남 커플이 드라마를 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로맨틱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삼각 관계.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대립한다. 통상 둘의 캐릭터는 극과 극으로 다르기 마련. 각자의 개성 있는 매력으로 어느 한쪽으로 확 기울지 않도록 팽팽하게 줄을 잡고 있어야 몰입도가 높아진다. KBS2 '연애의 발견'에서 문정혁과 성준은 정유미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는 중이다. 서로 으르렁대면서 자주 만나는 사이라 '훈훈한 투 샷'도 자주 연출된다.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극 중 이름인 태하(문정혁)와 하진(성준)을 붙여 '태하진'이라 부른다. 저돌적이지만 나쁜 남자 태하, 우유부단하지만 착한 남자 하진. 두 사람의 서로 다른 매력을 교차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tvN '삼총사'에서 소현세자(이진욱)와 박달향(정용하) 사이도 불꽃이 튄다. 둘은 동료지만 연적이다. 세자빈이 된 첫 사랑 강빈(서현진)을 잊지 못하는 박달향과 그런 박달향을 견제하던 소현세자. 마침내 서로에게 칼을 겨누며 대립을 예고했다. 멜로킹 이진욱과 젊은피 정용하가 빚어낸 뜻밖의 케미.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남남 케미, 갈등만 있는 건 아니다. 우정도 있다. 때론 반 발자국 살짝 더 나아가 묘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관계도 있다.
MBC '야경꾼 일지'에서 왕자와 호위무사로 만나 우정을 나누고 있는 정일우와 정윤호는 주목받는 '남남 커플'이다. 한량 같던 이린(정일우)과 엄격한 무석(정윤호)은 달라도 너무 달라 친해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더구나 무석은 이린을 감시하기 위해 기산군(김흥수)이 보낸 호위무사 아니던가. 그러나 이린이 무석의 죽은 여동생의 원혼을 달래준 것을 계기로 무석은 이린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이린 또한 무석의 반듯한 성정과 신의를 믿고 벗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벽을 허물고 야경꾼으로 의기투합한 두 남자. '야경꾼 일지'가 월화극 1위를 놓치지 않는 비결 중 하나다. 배우들의 연령대가 올라간 안방극장에서 두 20대 젊은 배우가 어깨를 맞대고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흐뭇하다.
'남남 커플'은 드라마 속 인물 관계도의 필요 요소다. 실제로 드라마 방영 이후 남녀 커플 못지않은 화제몰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최근 종영한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선 하우스 메이트로 탁월한 콤비 플레이를 펼친 성동일과 이광수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극단적인 클로즈업 촬영에도 무결점인 조인성-도경수는 조인성-공효진 못지않은 최고의 비주얼을 완성시키며 눈을 즐겁게 했다.
우정 이상의 애정의 수위를 아슬하게 넘나드는 남남 커플도 있다. 시청자들의 상상력이 확대되는 순간이다. 드라마가 선사하는 다채로운 감정 중에서도 판타지는 특히 흡인력이 강하다. 여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정우)와 빙그레(바로)는 '혹시' 하는 의심을 많이 받았다. 동성애를 의심케하는 복선이 끊임없이 깔렸기 때문이다.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라는 추리극 구조로 진행된 이 드라마에서 남남 커플의 미묘한 관계는 또 다른 미스터리를 형성하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남남 커플 활용의 좋은 예라 할 만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