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인천AG]강민호의 6번째 국제대회, 그가 본 대표팀은?

by

"자신감은 좋아도 자만심은 안 된다."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민호(29)는 올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4년간 75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터뜨리고 맞은 첫 시즌, 하지만 94경기서 타율 2할3푼2리, 15홈런, 39타점에 그쳤다. 부상과 부진으로 2군까지 경험했다. 초대형 FA 계약을 통해 기대를 한몸에 받았기에 더욱 아쉬웠다.

하지만 강민호는 부진에도 불구하고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안방을 지킨다. 대표팀의 주전포수는 당연히 강민호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일찌감치 "강민호의 국제대회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며 힘을 실어줬다.

그가 처음 태극마크를 단 건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그리고 지난해 제3회 WBC까지 굵직한 대회마다 포수 마스크를 썼다. 벌써 8년째 대표팀의 안방을 책임지고 있다. 류 감독의 말대로 가장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포수다.

대표팀의 훈련이 진행된 17일 잠실구장. 취재진 앞에 선 강민호는 "올해 성적이 안 좋아서 이런 적이 없었는데…"라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표팀에서 야수 중 경력으로는 으뜸이다. 가장 오랜 시간 태극마크를 달았다.

강민호는 "국가대표를 많이 왔지만, 이렇게 어린 선수들이 많은 적이 없었다. 그동안 나도 어린 축에 속했는데 이번엔 (오)재원이형이 야수 중에 제일 선배고, 내가 두 번째다"고 했다. 이어 "젊은 선수들이 많은 것에 대해 우려가 있는 걸로 안다. 하지만 패기가 넘치고, 분위기를 타면 무서울 것이다. 태국과의 첫 경기를 잘 치르면 분위기를 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역시 어린 선수들이 많아 어색한 듯했다. 이젠 고참 역할도 해야 한다. 강민호는 "여기 있는 모두가 목표의식이 있다. 내가 말 안해도 잘 알 것이다. 유지현 코치님께서 선수들 이끌고 파이팅을 많이 외치라고 하시더라. WBC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에서 하는 만큼,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젊은 선수들이 많지만, 걱정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강민호는 "어제 운동 끝나고 웨이트장에 가봤다. 원래는 다들 쉴 때인데 어제는 대부분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더라.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이어 "훈련 때 분위기도 밝고 괜찮았다. 아무래도 대표팀은 그동안 하던 선수들이 계속 해서, 아는 얼굴들이 같은 플레이를 해왔다. 이번엔 새로 온 선수들이 많은데 어색한 모습 없이 잘 어울리고 있다"고 대표팀 분위기를 소개했다.

팀워크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그는 "WBC 같은 대회 땐 한 달 가량 합숙을 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시즌 중에 모이니 경기감각이 충분히 올라와있다. 또한 각자 다른 팀에 있지만, 팀 들레이는 거의 다 똑같다. 대표팀에 올 정도면, 그 정도는 금방 습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민호는 워낙 잘 치는 타자들이 많기에 타격보다는 포수로서 수비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워낙 좋은 타자들이 많다. 나로선 어린 투수들을 이끄는 게 중요하다. 봉)중근이형이나 (양)현종이, (김)광현이의 공은 대표팀에서 받아봤는데 처음 받아보는 투수가 많다. 공을 받아보는 건 큰 차이가 있다. 최대한 많이 받아보고 장단점을 파악하겠다"고 강조했다.

올시즌 부진한 개인 성적도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시즌 때 많이 안 뛰었다. 감독님께서 맡겨주시면 5경기를 책임지고 뛰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달라진 위치 때문일까,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지함이 묻어 나왔다. 강민호는 "자신감은 좋지만 자만심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이나 WBC 보다 상대가 쉽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내가 겪은 대만은 쉽지 않은 상대"라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